[황당한 도로명주소]도로명주소 잦은 변경으로 미스매칭 수만건‥"개인정보유출 우려"

금융회사들이 올해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에 앞서 고객 지번주소를 도로명주소로 자동 전환하는 시스템을 개발해놓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명주소의 잦은 변경으로 인해 지번주소와 미스매칭(불일치)이 발생하는 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다. 정부가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고시한 지 2년5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혼선을 빚는 것으로, 전형적인 졸속행정이란 비난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한화생명, 현대해상,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현대카드 등 대다수 금융회사는 거래정보나 잔액증명서 등의 우편물 배송에 기존 지번주소를 활용하거나 일부 도로명주소를 혼용해 쓴다.
이들 금융회사는 정부가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고시한 2011년부터 5000만~1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전산 개발에 착수, 이미 도로명주소 전환시스템을 갖췄다. 금융권 전체적으로 시스템 개발에 사용된 비용만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도로명주소 전환은 고객이 직접 바꾸는 게 원칙이지만 전환율이 저조한 데다 고객관리 등을 위해 금융회사마다 자체 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이다.
A보험사 IT(정보기술)담당 한 임원은 "법적으로 금융회사가 도로명주소로 전환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객이 전환하도록 유도하지만 실제 전환율은 50~60%에 불과,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개발한 도로명주소 전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안전행정부가 고시하는 도로명주소 매칭데이터를 토대로 작동하는데 데이터가 빈번히 바뀌는 탓에 '먹통'이 됐다.
실제 안행부의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부터 24일까지 도로명주소 매칭데이터가 변경된 건수만 신규, 변동, 폐지 등 총 2만2362건(대표지번 기준)에 달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평균 1315건의 도로명주소가 새롭게 올라오거나 바뀐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변경된 도로명주소 매칭데이터는 거의 매일 적게는 수건에서 많게는 수십건씩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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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증권 전산개발담당자는 "도로명주소의 원본 데이터가 자꾸 바뀌다보니 미스매칭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며 "미스매칭이 너무 많아 도로명주소 배송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템을 적용하면 고객의 금융정보가 다른 고객에게 발송되는 등 또다른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확한 지번주소가 아니면 도로명주소를 찾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실례로 도로명주소안내시스템에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5단지 ○○○동 501호'로 검색하면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석천길 70'이란 잘못된 도로명주소가 뜬다.
이 경우 '목동 912'나 '목동신시가지5단지'로 검색해야만 '목동동로 350'이란 도로명주소 검색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소에 지번까지 기입하는 고객이 많지 않아 도로명주소로 전환이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도로명주소 전환시스템 개발업체의 한 담당자는 "통상 아파트나 빌라의 경우 지번을 빼고 주소만 적는다"며 "기존 주소체계에선 지번이 없어도 동과 호수로 찾는데 문제가 없지만 도로명주소는 지번을 중심으로 매칭하도록 돼 있어 100% 자동 전환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작 안전행정부는 도로명주소의 잦은 변경에 대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주소 변경은 기존 지번주소 때도 발생한 사안인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변경사항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고시한 지 2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은 것"이라며 "같은 개념의 지번주소와 달리 도로명주소는 도로명이 달라지면 쉽게 바뀌는 구조여서 변동이 더 잦을 수밖에 없고 안정화되는데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