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에서 ASML·삼성까지…스키폴공항 16조 쏟아 '대개조'

튤립에서 ASML·삼성까지…스키폴공항 16조 쏟아 '대개조'

하를레머르메이르(네덜란드)=이정혁 기자
2026.09.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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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전면 리모델링

스키폴공항 터미널 동쪽 피어 E 활주로 안쪽에서 굴삭기를 투입한 리뉴얼 공사가 한창이다/사진=이정혁 기자
스키폴공항 터미널 동쪽 피어 E 활주로 안쪽에서 굴삭기를 투입한 리뉴얼 공사가 한창이다/사진=이정혁 기자

네덜란드 하를레머르메이르에 있는 스키폴국제공항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는 세계 최대 화훼 경매장인 '로열 플로라홀란드 알스메이르'가 있다. 현지에서 재배한 튤립과 아프리카 등에서 들어온 꽃과 식물이 이곳을 거쳐 유럽 각지로 유통된다. 화훼류를 실어 나르며 성장한 스키폴은 이제 ASML 반도체 장비를 비롯한 네덜란드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세계시장과 연결하는 관문이 됐다.

스키폴공항서 삼성으로 가는 ASML EUV...항공화물 처리 능력이 핵심 경쟁력

1일(현지시간) 찾은 스키폴공항 터미널 동쪽 피어 E 활주로 안쪽에는 굴삭기 등 중장비가 자리 잡고 있었고 파낸 흙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실내 곳곳에도 개보수 구역을 가린 벽과 우회 동선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 뚜렷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장기 발전전략에 따라 2035년까지 약 100억유로(약 16조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시설 개선사업의 일부다.

지난해 스키폴을 이용한 여객은 6880만명으로 전년보다 2.9% 늘었다. 국제선 여객 기준으로는 두바이와 런던 히스로, 인천, 싱가포르 창이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항공화물 처리량은 143만t(톤)에 달했다. 반도체 장비와 화훼류, 의약품 등 신속한 운송이 필요한 제품이 이 물류망을 이용한다. 네덜란드 인프라수자원관리부(한국의 국토교통부에 해당)의 2019년 내놓은 보고서에는 ASML 제품을 항공으로 수출되는 고가 화물의 사례로 꼽았다.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은 초미세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한다. 차세대 High-NA EUV는 업계 추산 대당 가격이 약 5000억~6000억원에 이른다. 규모가 건물 2층 규모에 달하는 만큼 여러 개의 대형 화물로 나눠 운송해야 한다.

ASML 본사가 있는 펠트호번은 스키폴에서 약 120㎞ 떨어져 있고 공항 업무지구에는 2016년 이전한 삼성전자 베네룩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법인이 있다. 장비 운송이 늦어지면 삼성전자 등 고객사의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항공화물 처리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급부상한 배경이다.

공항 운영 기술 급발전...스키폴공항 등 글로벌 공항 '리뉴얼' 속도전

공항의 역할은 커졌지만 낡은 기반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시작했다. 현재 터미널은 1967년 문을 연 건물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증축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공간 부족과 노후화 문제가 함께 나타났다.

AI(인공지능) 기반 보안검색과 수하물 처리, 생체인식 등 공항 운영 기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장비와 시스템을 계속 설치하는 데는 물리적인 제약이 따른다. 부지 면적도 약 2787만㎡로 인천공항 5600만㎡의 절반 수준이어서 외곽 확장이 여의치 않다.

스키폴은 별도의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현재 부지를 정비하고 필요한 공간을 추가하는 방안을 택했다. 1출국장은 2021년 개보수를 마치면서 5000㎡ 규모의 중층 공간과 보안검색대 21개를 확보했다. 1라운지도 1만9000㎡에서 2만4000㎡로 넓어졌다.

현재 가장 큰 사업은 A탑승동 건설이다. 올해 12월 공사를 마친 뒤 시험 운영을 거쳐 2027년 4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이후 2032년까지 B·C·D·H·M탑승동을 차례로 개보수한다는 구상이다.

스키폴공항 관계자는 "공항 운영을 계속하면서 재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라면서 "일시적으로 공항 운영을 중단하고 별도의 터미널을 설치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효율적이겠지만 스키폴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키폴공항 1터미널 1층 입국장 모습. 오른쪽에 리뉴얼로 인한 가림막과 공사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이정혁 기자
스키폴공항 1터미널 1층 입국장 모습. 오른쪽에 리뉴얼로 인한 가림막과 공사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이정혁 기자
인천공항 올 상반기 여객 개항 후 첫 세계 1위했지만...활주로 포함 5단계 확장해야 경쟁력 유지 전망

인천국제공항도 노후 시설 정비와 추가 확장이 필요한 시점에 들어섰다.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보다 6.3% 증가한 3839만명으로, 2001년 개항 이후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다.

인천공항공사는 적기에 이뤄진 인프라 확충과 항공 네트워크 확대를 1위 달성의 배경으로 들었다. 총 4차례의 건설사업을 거쳐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을 1억600만명까지 늘렸다. 다만 이번 순위에는 중동 정세 변화로 두바이공항의 환승 기능이 약해진 영향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제1여객터미널은 개항 25년을 맞아 노후 설비와 여객 동선을 단계적으로 고치는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다. 2033년 이용객은 현재 수용 능력보다 500만명 많은 1억1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키폴처럼 터미널 개보수만으로는 장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제3여객터미널과 제5활주로를 포함한 5단계 확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구상부터 완공까지 8∼10년이 걸리기 때문이 사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아직 확정하지 않은 5단계 사업의 추진 여부는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KLM은 에어프랑스-KLM 그룹 소속이지만 네덜란드 법인과 브랜드를 유지하며 스키폴공항을 허브로 운영한다/사진=이정혁 기자
KLM은 에어프랑스-KLM 그룹 소속이지만 네덜란드 법인과 브랜드를 유지하며 스키폴공항을 허브로 운영한다/사진=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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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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