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06]'로봇 온 더 런웨이'에 인파 몰려...로봇 흥행 속 기술 한계도 나타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주먹을 내민 어린이와 인사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관람객이 손으로 반쪽 하트를 만들자 팔을 뻗어 나머지 절반을 완성한다. 판다와 공룡을 본뜬 로봇은 관람객이 쓰다듬으면 몸을 흔든다. 로봇이 동작을 선보일 때마다 관람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6'은 로봇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주요 로봇이 한 무대에 오르는 '로봇 온 더 런웨이(Robots on the Runway)'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자 주최 측은 입장을 통제하기도 했다. 무대에 오른 로봇은 춤, 무술 시범, 백플립 등의 동작을 선보였다.
냉장고와 세탁기, TV가 주인공이었던 IFA 전시의 전면에 올해는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했다. 로봇은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기술적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로봇의 화려한 동작 뒤에는 여전히 사람의 조작과 통제된 환경이 필요했다. 현장에서는 아직 '덩치 큰 장난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IFA 2026에는 유니트리와 샤오미, 유닉스 AI(UniX AI), 도봇을 비롯한 중국 로봇 기업들이 로봇을 대거 출품했다. 올해 IFA에 참가한 1900여개 브랜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900여곳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 업체들은 가전과 스마트폰을 넘어 로봇에서도 기술력을 과시했다. LG전자가 공개한 홈로봇 '클로이드'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다만 화려한 볼거리와 기술의 완성도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과 비교해 기술이 크게 진전됐다는 인상을 받기는 어려웠다. 춤을 추거나 복싱 동작을 하고 관람객의 손짓에 반응했지만 대부분 이미 여러 전시회에서 반복해서 등장한 모습이었다.
일부 로봇은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아 좌우로 휘청이거나 다른 로봇과 간격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정해진 공간과 동작을 벗어나면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로봇 옆에 선 조작자의 통제에 따라 미리 입력된 동작을 반복하는 시연이 대부분이었다.
관람객에게 손하트를 보내는 것과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물건을 찾아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로봇이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처음 접하는 작업까지 수행하는 범용성은 이번 전시에서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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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한 로봇 연구원은 "아직은 '덩치 큰 장난감'에 불과하다"며 "로봇이 춤을 추고 축구공을 차지만 그 이상의 실용성을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봇이 내놓은 판다형 로봇의 판매가격은 2999유로(약 470만원)다. 고가의 대형 완구에 가깝다.

현재 기술로는 정해진 업무를 반복하는 로봇이 현실적인 대안에 가까웠다. 유닉스 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바리스타처럼 커피를 내렸다. 두 팔로 도구를 다루며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작업해 식당과 호텔 등 서비스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산업 현장을 겨냥한 로봇들도 눈에 띄었다. 푸두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푸두 D5'는 계단과 경사면을 오가며 산업시설 점검·순찰 능력을 선보였다. 제조·물류용 로봇 'D7'은 두 팔로 자재를 옮기고 높은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는 작업을 시연했다.
샤오미의 '사이버원'도 전시장에서는 손하트와 주먹 인사를 건넸지만 실제 시험 무대는 공장이다. 샤오미는 사이버원을 전기차 공장의 너트 체결 공정에 투입한 결과 약 4개월 만에 작업 성공률이 90%에서 98%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포항테크노파크를 통해 IFA에 참가한 국내 기업 IRS도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개했다. 사람이 견디기 힘든 고열의 제철소에서 작업자를 대신해 뜨거운 철판 등을 옮기는 로봇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실용화 막바지 단계로 약 1년 뒤 상용화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로봇은 집안일을 직접 대신하기보다 제한된 기능부터 파고들었다. TCL의 가족형 로봇 '헤이 에이미(hey AiMe)'는 둥근 눈을 깜빡이며 사람의 손짓을 따라 시선을 옮기고 손을 흔들었다. 바퀴로 이동하면서 가족과 대화하고 어린이의 놀이와 학습을 돕는 반려형 로봇이다. 두 다리로 걸으며 빨래와 요리를 하는 대신 교감과 교육에 기능을 집중했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로봇을 가지고 가정으로 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고, 많은 회사들이 고민해야 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생각보다 빨리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