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숙 국무총리가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는 미국 측 우려에 대해 "국적에 따라 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쿠팡에 대한 국내 규제를 놓고 미국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미국 기업 차별' 우려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한 총리는 11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특별 간담회에서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와 대담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와 외국계 기업 대표, 암참 이사진과 회원사 관계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이날 제임스 김 회장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쿠팡을 둘러싼 한미 간 규제 논란을 염두에 둔 질문으로 보인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국내 당국의 조사와 제재가 이어지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네이버 재직 당시 미국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의 제소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경험을 직접 꺼냈다. 그는 "미국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가 공정위에 네이버를 제소해 굉장히 큰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었다"며 "SK텔레콤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역시 관련 법령에 따라 조사받고 제재 조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규제의 잣대는 기업의 국적이 아니라 위반 행위에 있다는 취지다. 다만 미국 기업들이 실제 규제 과정에서 차별을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정부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보고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가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상업적 합리성과 수익성을 내세웠다. 지난해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 총리는 "굉장히 많은 부분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국 어느 한쪽의 이익에 그치지 않고 상업적 합리성을 지켜가며 양국에 실질적인 이익이 돼야 한다"며 "첫 프로젝트에서 수익성을 갖춘 모델을 만들면 이후의 관계들은 훨씬 더 잘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일회성·단기적 기업 지원보다 일관되고 예측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 환경을 만드는 것이 투자 결정에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한 총리는 "기업의 도전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시장의 경쟁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제도와 정책 환경일 때가 많다"며 "기업에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지원보다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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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미 경제협력의 범위도 기존 교역과 투자를 넘어 AI와 첨단기술, 공급망, 에너지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총리는 "미국의 AI·AI 반도체 기술력과 한국의 제조 경쟁력 및 디지털 기반을 결합할 경우 반도체와 바이오,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 대담 이후에는 한 총리와 암참 주요 회원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비공개 간담회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국내 투자 환경과 규제 개선 등 한미 경제협력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제임스 김 회장은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전략적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이 아시아의 대표적인 비즈니스·투자 허브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민간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