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도와줘도 실패" 추석 열차표 대기만 72만명...결국 역으로

"아들이 도와줘도 실패" 추석 열차표 대기만 72만명...결국 역으로

민수정 기자, 이지웅 기자
2026.09.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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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판매 2시간 전부터 줄…7분 만에 "일부 시간대 입석만"
온라인 발권 91%…전문가 "이동권 문제로 봐야"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만난 강사민씨가 추석 명절 KTX 접속 대기인원을 보여주고 있다. 오전 8시43분 기준 대기인원은 약 73만명에 달했다./사진=이지웅 기자.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만난 강사민씨가 추석 명절 KTX 접속 대기인원을 보여주고 있다. 오전 8시43분 기준 대기인원은 약 73만명에 달했다./사진=이지웅 기자.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추석 연휴 고향으로 내려갈 열차표를 구하려는 어르신들이 이른 시각부터 매표창구를 찾았다. 온라인이나 전화 예매가 익숙하지 않거나 비대면 예매를 시도하고도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남은 좌석의 현장 판매는 오후 3시부터였지만 표를 놓칠까 걱정돼 일찌감치 역으로 나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강사민씨(65)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아들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예매를 시도했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역을 찾았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휴대전화 화면에는 접속 대기 인원 '72만9720명'이 찍혀 있었다. 강씨는 "직원이 (현장 예매를 하려면) 이따가 다시 오라고 하는데 일정 때문에 올 수가 없다"며 "인터넷 시대인 만큼 이해는 하겠다만 나이 먹은 사람도 배려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노선별로 날짜를 나눠 추석 연휴 승차권을 비대면 방식으로 판매했다. 지난 3~4일에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사전예매를 진행했지만 이 역시 온라인과 전화로만 가능했다.

현장 판매를 2시간가량 앞둔 오후 1시쯤 서울역 매표창구 앞에는 25명가량이 줄을 섰고, 대다수는 어르신들이었다. 이들은 서로 짐을 맡아주며 바닥에 앉아 판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긴 기다림 끝에 현장 판매가 시작됐지만 약 7분 만에 "특정 시간대 입석만 발권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비대면 예매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역을 찾는 일이 명절마다 반복된다고 말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사전예매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자녀의 도움을 받고도 표를 구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신설동에서 온 A씨는 "제사를 지내러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데 사전예매가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며칠 전에도 역에 왔다가 헛걸음했다. 오늘은 현장 발권이 가능하다고 해서 입석이라도 끊으려고 한다"고 했다.

서모씨(65)는 "사전예매 기간에도 시도했지만 실패해 오늘 다시 왔다"며 "아침 7시에 접속했더니 대기자가 50만명이라고 떠 당황했다"고 했다. 강씨 역시 "올해는 아들이 예매를 도와줬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발권 비중 91%…"여전한 정보격차"
11일 오후 3시가 다가오자 서울역 창구에는 추석 기차 잔여석을 예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몰렸다./사진=이지웅 기자.
11일 오후 3시가 다가오자 서울역 창구에는 추석 기차 잔여석을 예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몰렸다./사진=이지웅 기자.

열차 승차권 예매의 중심은 이미 비대면으로 넘어갔다. 지난 6월 기준 온라인을 이용한 발권 비율은 91.1%에 달했다. 역 창구 발권율이 85%에 달했던 2004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명절 연휴 승차권도 코로나19(COVID-19)가 확산한 2020년 추석부터 비대면으로 판매되고 있다.

코레일은 비대면 예매를 통해 밤샘 줄서기 등 장시간 현장 대기의 불편을 줄였다는 입장이다. 또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전화 예매를 운영하고, 예매 시작 2주 전부터 홈페이지와 대한노인회 등 유관기관을 통해 예매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령 이용객의 경우 결제 기한도 일반예매보다 3일 더 연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절마다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역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반복되는 만큼 기존 사전예매 제도와 홍보·지원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고령층은 71.8%에 그쳤다. 장애인은 84.1%, 저소득층은 97%였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후기 고령자나 저소득·저학력층 등은 여전히 정보 격차에 놓여 있다"며 "이 문제를 이동권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어떤 계층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노인·장애인복지관이나 읍면동 주민센터 등 기존 복지 전달체계를 활용해 예매를 돕거나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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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이지웅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이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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