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에도 삼전닉스 웃는다]④공급부족도 장기화

AI(인공지능) 서버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난이 내년 상반기 가장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GPU(그래픽처리장치)와 CPU(액정표시장치), 메모리 모듈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MLCC는 전기를 저장하고 공급하면서 전자기기 내부의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가속기 제조사들이 제품 양산과 부품 조달에 나서면서 내년 상반기 고성능 MLCC 공급 부족이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MLCC 리드타임(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은 35주 수준으로 통상적인 수준(12주)보다 3배 가량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능 MLCC 수요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의 전력 소모량 증가가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출시할 AI GPU '루빈(Rubin)'의 칩당 전력 소모량은 1800W(와트)로 추정된다. 반면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GPU '루빈 울트라(Rubin Ultra)'의 대당 전력 소모량은 3600W로 한 세대만에 2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칩의 전력 소모량이 늘어날수록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고용량 MLCC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MLCC 수요는 GPU뿐 아니라 CPU와 메모리 모듈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트렌드포스는 "AI 애플리케이션이 학습에서 추론, AI 에이전트로 확장되면서 CPU 수요가 늘고 있다"며 "CPU 마더보드와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메모리 모듈 전반에서 고용량 MLCC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MLCC 제조사들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이 고성능 MLCC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전기(1,193,000원 ▼3,000 -0.25%)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AI 서버용 MLCC는 크기는 줄이면서도 높은 용량과 안정성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 가능 업체가 제한적이다.
박규태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 상무는 지난 28일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부가 제품의 특성상 캐파(CAPA·생산능력) 잠식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퓨처일렉트로닉스는 삼성전기의 MLCC 리드타임을 52주로 추산했다. 주문하더라도 제품 인도까지 약 1년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장기공급계약(LTA)로 중장기 수요 가시성도 높아졌다. 박 상무는 "현재 약 50여개 고객사들과 LTA를 체결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다. MLCC 매출 절반 이상이 LTA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에도 글로벌 대형 기업과 8793억원 규모의 LTA를 체결했다. 올해 체결한 MLCC LTA 가운데 2번째로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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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능력 확대도 고객사 요청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선수금을 지급하고 향후 생산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이다. 삼성전기는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에 MLCC 제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1분기 가동이 목표다. 부산공장에서도 MLCC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매년 최대 20%씩 늘릴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 등 MLCC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공급 증가는 최소 2028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MLCC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