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는 못 내는 깊은 맛 잡아라"…국물 삼킨 라면 '액상스프' 전쟁

"가루는 못 내는 깊은 맛 잡아라"…국물 삼킨 라면 '액상스프' 전쟁

차현아 기자
2026.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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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삼양·팔도·하림 등 액상스프 활용…프리미엄 제품에 확대
감칠맛·향 입체적 구현 강점…까다로운 공정 뚫고 '만능소스'로 확장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14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라면이 진열되어 있다.   2026.4.1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14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라면이 진열되어 있다. 2026.4.1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최근 라면 업계에서 액상스프가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비빔면과 볶음면으로 주로 쓰이던 액상스프가 이제는 프리미엄 라면의 국물 맛을 깊고 풍부하게 하는 비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25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기업들은 면 굵기나 국물의 맵기 정도를 넘어 육수를 만드는 방식과 소스 형태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장수 브랜드의 지배력이 견고한 시장에서 단순한 자극만으로는 신제품이 안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깊은 풍미를 구현하려는 흐름이 액상스프라는 새로운 선택지로 이어졌다.

또 액상스프는 고춧가루와 양파, 마늘 등 원재료의 맛과 향을 풍부하게 구현한다. 건조 공정을 거치는 분말스프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유리해 감칠맛과 점도, 향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액체 형태라 면에 고르게 스며들고 색과 향이 선명하게 전달되는 것도 강점이다.

국내에서 라면에 액상스프를 처음 도입한 곳은 팔도다. 팔도는 '팔도비빔면'을 비롯해 팔도짜장면, 팔도왕짬뽕 등에 액상 스프를 적용해왔다. 최근 선보인 '팔도비빔면 더블루'에는 태양초 순창고추장 등 8가지 원물을 배합한 액상스프를 썼다. 또 '왕뚜껑 국물라볶이'와 글로벌 브랜드 '아리(ARIH)'의 '모던누들'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가루에서 만능 소스로/그래픽=윤선정
가루에서 만능 소스로/그래픽=윤선정

삼양식품(1,404,000원 ▲38,000 +2.78%)은 '불닭볶음면'을 시작으로 액상스프의 활용 폭을 넓혔다. 지난해 우지(소기름)로 튀긴 프리미엄 라면 '삼양1963'에 이어 지난달 출시한 짜장라면 '짜르르' 모두 액상스프가 맛의 핵심이다. 특히 '짜르르'는 면수를 버리지 않고 소스를 부어 비비는 조리법을 제시해 우지의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하도록 설계했다.

하림(2,645원 ▲25 +0.95%)산업의 '더미식 장인라면'은 액상스프를 맛의 차별화 승부수로 내세운 사례다.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에 버섯·양파·마늘 등을 더해 20시간 우려낸 육수를 액상 형태로 담은 것이 특징으로 김홍국 하림 회장이 개발에만 5년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육수로 반죽까지 해 면 자체에 감칠맛을 입혔다.

농심(455,500원 ▲23,000 +5.32%)은 고온쿠커를 통해 나온 진액(엑기스)을 진공상태에서 저온으로 단시간 농축, 건조하는 기술인 '지오드레이션(Z CVD) 공법으로 분말스프의 단점을 보완해왔다. 다만 농심도 최근 신라면을 볶음면 라인업으로 확장하며 액상스프와 분말스프 모두 활용 중이다. 최근 내놓은 신라면 로제에는 고추장과 로제(토마토와 크림) 베이스의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한 액상스프와 분말스프가 포함돼있다. 짜파게티 등 일부 볶음 라면에도 유성 스프가 들어있다.

액상으로 진화한 라면소스는 라면의 부속품을 넘어 독립 브랜드로도 확장하고 있다. '팔도비빔장'은 조리와 디핑 수요를 흡수하며 삼성웰스토리와 협업해 급식 메뉴에도 진출했다. 농심은 2021년 '배홍동 만능소스'를 시작으로 짜파게티, 먹태청양마요, 툼바 만능소스를 연이어 출시했다. 삼양식품의 '불닭소스' 역시 오리지널, 불닭마요 등 여러 맛으로 진화한다.

다만 액상스프는 수분을 포함해 미생물 관리와 보존성 확보 등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원가도 분말스프보다 높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결국 액상스프의 경쟁력은 원료 배합 방식과 품질 안정성에 좌우된다"며 "액상스프 적용 제품이 늘어날수록 소스 자체의 기술력이 라면 시장의 새로운 차별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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