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려운 숙제만 비워둔 교육 청사진

[기자수첩]어려운 숙제만 비워둔 교육 청사진

황예림 기자
입력 2026.11.06 05:0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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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저희랑 협의해야겠죠."

최근 기자와 만난 교육부 고위 관계자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움직임을 두고 한 말이다. 국교위는 지난달 초 교육부에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 2차 초안을 전달하면서도 정작 교육 정책의 핵심인 대입 제도는 초안에서 뺐다. 교육부의 의견을 듣기 위해 보낸 초안이지만 가장 중요한 대입이 빠지면서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논술형 도입의 실행 가능성과 정책 효과를 검토할 기회는 뒤로 밀렸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수능이 갖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대입을 둘러싼 의견 충돌은 수능 서·논술형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합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대입을 초안에서 덜어낼 이유가 아니라 더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이유다.

국교위가 '독립성'을 이유로 교육부와의 협의마저 형식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 열린 국교위 회의에서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국교위가 교육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국교위가 지난 8월 교육부에 전달한 1차 초안에 대해 교육부가 의견을 제출했지만 이번 2차 초안에 그 내용이 "굉장히 미흡하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국교위는 교육부와 독립된 합의제 행정위원회다. 그러나 독립성은 협의를 줄이기 위한 권한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더 책임 있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권한이다. 특히 대입처럼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정책일수록 교육행정 전문가가 모인 교육부와 정책적 토론이 필요하다. 국가교육발전계획을 토대로 실제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도 결국 교육부다.

국교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시안을 발표하기 전 대입 제도와 관련해 교육부의 공식 검토를 반드시 거치겠다"고 말했다.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발표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두 달뿐이다. 대입 제도를 새로 담고 교육부 검토까지 거치기 빠듯한 시간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10년을 책임질 청사진에 세세한 설계도까지 담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쟁점이 되는 제도의 방향과 원칙은 제시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숙제를 빈칸으로 남겨두지 않는 것이 국교위에 주어진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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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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