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삼성전기, 고객사 의존도·협상력 따라 영향 차이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전자부품 업체들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고객사 의존도와 제품별 수급 상황에 따라 LG이노텍과 삼성전기가 받는 영향은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10~15%, 15~2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D램 가격은 같은 기간 보합에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세트(완제품) 업체들의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세계 최대 메모리 구매처 중 하나인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은 아이폰뿐 아니라 맥·아이패드 등 다양한 제품에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9월 분기에는 6월 분기보다 메모리 비용이 증가했지만 기존 재고와 일부 비메모리 부품의 원가 하락으로 부담을 일부 상쇄했다"면서도 "12월 분기에는 메모리 비용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반 파레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비메모리 부품의 원가 절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부품 공급업체에 대한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LG이노텍(309,000원 ▲5,000 +1.64%)은 애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LG이노텍의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 11조620억원 가운데 약 80%인 8조8415억원이 단일 고객사에서 발생했다. 고객사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로 보고 있다. 특히 주력 제품인 카메라 모듈의 경우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고객사의 원가 절감 요구가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미 수익성에 타격을 받은 상태다. 올 3분기 매출은 6조36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48억원으로 53.4% 감소했다. 고부가 카메라 모듈 공급 확대에도 환율 하락이 이익을 끌어내렸다. 향후 납품단가 인하까지 현실화되면 수익성 회복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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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전기(1,115,000원 ▲10,000 +0.9%)는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기도 애플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등을 공급하지만 관련 매출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애플의 원가 절감 요구가 회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부품업계에서도 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의 공급 제약과 높은 대체 난이도를 고려할 때 단기적인 가격 인하 압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스마트폰 부품의 단가 압력을 상쇄해 줄 AI 서버용 등 고부가 부품 수요 확대도 삼성전기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MLCC의 공급 가능 업체가 제한적이고 생산능력 확대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 3분기 매출은 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 판매가 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3조7633억원을 기록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수익성 방어력과 부품사의 고객사 내 협상력에 따른 차별화가 향후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