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에서 구호활동을 하기 위해 출국한 활동가에게 외교부가 내린 여권반납명령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27일 활동가 김아현씨(활동명 해초)가 "여권반납명령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외교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씨는 국제시민연합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매들린 호' 소속으로 지난해 9월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 해군에 나포·구금된 뒤 추방됐다.
김씨는 지난 1월 언론을 통해 봄에 다시 가자지구로 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지난 3월 프랑스로 출국했다. 이에 외교부는 김씨가 국외에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외교정책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테러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큰 사람에 해당한다며 7일 이내 여권을 반납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미 출국한 상태였다. 김씨는 외교부가 처분 전 사전통지나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미 출국한 사람에게 여권반납을 명할 수도 없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가까운 미래에 가자지구로의 항해를 시도할 것임이 명백히 예견됐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 및 가자지구해상 경로에 대한 통제·중동전쟁 등으로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컸다"며 "이런 경우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인정돼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예외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미 출국했다는 주장과 관련, 재판부는 여권법상 여권반납명령 사유에 처분 시점까지 해당인이 국내에 있어야 한다고 규정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이어 "김씨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구호활동이 제한되더라도 생명·신체 보호와 국가의 안전·이익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며 "(여권반납명령은) 이미 출국한 김씨의 가자지구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외교부가 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조치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가진 인도주의적 신념과 그에 따른 행동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생명권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고 인간의 존엄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최고의 가치이므로 국가는 그에 대한 보호의무를 특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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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국가기관을 생명·신체 보호조치의 이행과 개인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거주·이전의 자유를 실현하도록 허용하는 것 사이의 헌법적 딜레마에 빠지게 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