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사람 더 있다"…감옥서 꺼낸 '11건 살인 목록'[뉴스속오늘]

"내가 죽인 사람 더 있다"…감옥서 꺼낸 '11건 살인 목록'[뉴스속오늘]

박효주 기자
2026.09.10 06: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살인 혐의로 징역 15년을 받고 복역 중이던 이두홍이 형사에게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더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두홍은 형사가 교도소를 찾아오자 A4 용지 2장에 자신이 저질렀다는 살인사건 11건을 적었다. 사진은 당시 이두홍이 적었던 살인사건 목록.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화면
살인 혐의로 징역 15년을 받고 복역 중이던 이두홍이 형사에게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더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두홍은 형사가 교도소를 찾아오자 A4 용지 2장에 자신이 저질렀다는 살인사건 11건을 적었다. 사진은 당시 이두홍이 적었던 살인사건 목록.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화면

2010년 9월10일. 부산의 한 주점에서 일하던 6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범인은 이두홍(가명). 그는 일주일 전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자신의 고향인 경남 함양 인근 산에 시신을 버렸다.

당시까지 경찰이 확인한 이두홍의 살인 범행은 이 한 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교도소에 들어간 뒤 당시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 김정수 형사에게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더 있다고 털어놨다. 그가 직접 작성한 목록에는 무려 11건의 살인이 적혀 있었다.

일부는 거짓말로 드러났지만 그의 진술과 실제 미제사건이나 장기 실종사건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김 형사는 이후 8년에 걸쳐 이두홍이 던지는 단서를 좇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8년 영화 '암수살인'의 모티브가 됐다.

시신 유기 가담 고백하더니 "실종 동거녀 찾아봐라"

김 형사가 이두홍을 처음 만난 건 그가 붙잡히기 직전이었다. 2010년 9월 김 형사는 한 정보원을 통해 이두홍을 만났다.

당시 이두홍은 김 형사에게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검은 봉지에 담긴 '물건'을 산에 묻었다며 시신 유기에 가담한 것처럼 말했다. 그러면서 2003년 대구에서 실종된 여성 신순임씨를 찾아보라는 말도 꺼냈다.

신씨는 이두홍과 동거했던 여성이었다. 실종 당시 이두홍은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망에서 벗어났다.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김 형사는 이두홍에게서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를 더 들으려 했지만 그는 결정적인 순간 입을 닫았다.

그런데 김 형사와 만나던 와중 이두홍이 또 다른 살인을 저질렀다. 2010년 9월3일 부산의 한 주점에서 만난 60대 여성과 차를 타고 이동하다 말다툼을 벌인 끝에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경남 함양 야산에 유기했다.

경찰은 피해자 딸의 실종 신고를 받고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추적해 같은 달 7일 이두홍을 붙잡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감옥에서 날아온 편지…"내가 죽인 사람 더 있다"
살인범 이두홍이 김정수 형사에게 보낸 편지 일부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살인범 이두홍이 김정수 형사에게 보낸 편지 일부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이두홍이 수감되면서 김 형사와의 만남도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뒤 이두홍이 교도소에서 김 형사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더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형사가 교도소를 찾아가자 이두홍은 A4 용지 2장에 자신과 관련됐다는 살인사건들을 적어 내려갔다. 목록에는 모두 11건의 사건이 담겼다.

범행 시기와 장소, 살해 방법은 물론 피해자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까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이두홍은 정보를 한꺼번에 털어놓지도 않았다.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다 결정적인 순간 수감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영치금 등을 요구했다. 김 형사가 접견을 중단하면 다시 편지를 보내 자신을 찾아오도록 했다.

김 형사는 그의 말이 거짓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수사를 멈출 수 없었다. 실제로 이두홍이 말한 내용 가운데 현실의 실종·미제사건과 맞아떨어지는 단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7년 전 사라진 동거녀…땅속에서 유골 발견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대표적인 건 신씨 실종사건이다. 김 형사는 이두홍의 진술을 토대로 추적한 끝에 경남 함양의 이른바 '아리랑고개' 일대에서 신씨 유골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두홍은 자신이 신씨를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도박빚 3000만원을 탕감받는 대가로 다른 사람이 살해한 신씨 시신을 묻어줬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김 형사는 이두홍의 말을 하나씩 검증했다. 그의 과거 행적과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주변인들의 진술과 각종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이 사이 이두홍과의 접견도 계속됐다.

결국 이두홍은 김 형사와 처음 만난 지 1년10개월가량이 흐른 뒤 신씨 살해를 자백했다. 이후에도 이두홍은 자백과 부인을 반복했다.

검찰은 이두홍을 신씨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문제는 범행이 10년 넘게 지난 뒤 재판이 시작돼 직접적인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실제 재판에서 살인을 입증할 직접증거는 이두홍의 자백 진술이 사실상 유일했다.

재판부는 이두홍의 자백이 구체적인 데다 여러 정황과도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신씨가 실종 직전까지 이두홍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두홍도 당시 대구에서 신씨를 만난 사실을 인정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부산지법은 2016년 1월 이두홍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다.

11건 살인 목록, 어디까지 진짜였나
살인범 이두홍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살인범 이두홍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이후에도 김 형사는 이두홍이 적어낸 살인 목록을 하나씩 확인했다. 그 결과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이름까지 언급한 사건 가운데 일부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찰이 알기 어려운 범행 현장의 특징을 설명하거나 실제 장기 실종사건과 맞아떨어지는 진술도 있었다.

김 형사의 추적은 약 8년간 이어졌다. 이두홍은 교도소에서 1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며 새로운 단서를 흘렸고, 김 형사는 진술의 진위를 가려가며 남은 사건들을 추적했다.

그러나 수사는 예상치 못한 순간 끝났다. 경찰이 이두홍의 새로운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인 수사를 준비하던 2018년 여름, 그가 복역 중이던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두홍 사망 이후에도 김 형사는 남은 사건의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2019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두홍이 풀지 못한 '숙제'를 자신에게 남기고 갔다고 표현했다.

김 형사는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뭐 해야지. 그게 형사 아니겠나. 하는 만큼 해봐야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효주 기자

스포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