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 양손에 쇼핑백을 든 채 거리를 걷는 외국인 관광객 수십명으로 거리가 분주했다. 골목 곳곳에 있는 약국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가능'이라고 적힌 팻말로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PDRN, 레티놀 등 기능성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을 홍보하는 간판도 내걸었다. 10여명의 외국인이 들어선 한 약국의 직원은 "평일이라 손님이 적은 편"이라며 주말에는 문전성시라고 했다.
피부과부터 화장품 쇼핑까지…"관리하러 한국 온다"

SNS(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서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약국이 외국인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약국 직원들은 길거리로 나와서 "잠깐만 들어와 보시라"며 외국인을 호객했다. 한 골목에만 약국이 3개 이상 모여있어 어디로 들어갈지 고민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명동에 있는 약국의 80%는 스킨케어 제품들로 채워져 있다. PDRN, 리주란, 엑소좀, 레티놀 등 기능성 화장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독일에서 온 30대 여성 여행객은 "한국이 성형수술, 피부과시술 실력이 뛰어나 가성비가 좋다고 들었다"며 "화장품들도 다양한 기능성을 갖추고 있고 품질이 좋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구매한 화장품을 써보고 잘 맞으면 내년에 또 와서 피부과 시술을 받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약국 추천 제품 영상을 보고 사러 왔다"며 "와서 보니 내 피부 상태를 점검하고 약사와 상담해서 딱 맞는 제품을 추천받는데 만족스럽다. 직접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 20대 중국인 남성 관광객은 "한국 여행을 간다고 하니 엄마와 여자친구가 화장품을 사 오라했다"며 "여자친구는 미백, 엄마는 탄력 기능성 제품을 사 오라고 해서 약국을 찾아와 그대로 이야기했더니 여러 제품을 추천해줬다. 영상 통화로 보여주니 각자 2개씩 골라서 쇼핑백 가득 샀다. 다음번에는 같이 와야겠다"고 말했다.
'미용 투어'를 왔다는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30대 일본인 여성 관광객은 전날 한국에 도착해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오기 전에 한국 의사들의 손기술이 좋고 최신 기기들 도입이 빠르고 가격 측면에서도 시술 가성비가 좋다고 들었다. 피부과 레이저 시술을 받았는데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며 "오늘은 시술 후 회복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화장품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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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인이 얼마 전 한국에서 성형 수술을 하고 만족해하는 걸 봐서 한국 피부과를 찾아올 수 있었다"면서 "주변에서도 한국의 성형, 피부 미용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다녀와서 후기를 말해달라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추천할만한 것 같다. 경과가 괜찮으면 다음 번에는 추천받았던 다른 시술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도 밝혔다.
"약사 상담 후 구매하는 화장품, 만족도 높아…짐 보관 서비스도"
대형 약국 매장의 직원들은 고객을 상대로 능수능란하게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고 고객의 피부 타입에 맞춰 제품을 추천했다. 원하는 경우에는 약국 내 비치된 기기로 피부 테스트를 받고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결제 전 약사와의 상담을 거치기 때문에 더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고 제품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도 있다.
유명 모델을 내세운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이 아니라 개인 맞춤별 서비스에 가깝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명동의 한 약국 약사는 "명동에 있는 약국은 매출의 100%가 외국인한테서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추천 제품을 보고 화면을 캡처해와 같은 제품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뷰티 화장품과는 달리 브랜딩보다는 전문적인 설명에 초점을 두고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권하기 때문에 외국인도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그는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은 재방문하는 경우도 많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라 짐 보관같이 고객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외국인들의 약국 쇼핑 증가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8월 외국인의 국내 의료관광 소비액은 1조60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1% 증가했다. 약국의 소비 성장폭은 207%에 달했다.
다른 약사는 "국적으로 보면 지금은 대다수가 중국"이라며 "최근 전반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어서 추이를 좀 더 살펴본 후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외에 다른 언어도 설명을 제공할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