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이혼 후 재산분할 판결에 따라 서울 아파트를 소유한 여성이 전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을 떠안은 은행으로부터 위장 이혼과 재산 빼돌리기 의혹을 받았다며 법적 조언을 구했다.
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20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혼한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미국 유학 시절 현지에서 사업하던 재미교포 남편을 처음 만났다. A씨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장거리 연애를 이어간 두 사람은 결혼 후 미국에 정착했다.
남편의 사업은 번창했고 A씨도 밤낮없이 일하며 도왔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남편이 가정에 소홀해지면서 부부 사이가 점차 멀어졌다. 결국 두 사람은 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부부 공동재산인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를 A씨 소유로 정했다. A씨는 이후 한국 법원에서도 집행 판결받아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이혼 직후 남편의 회사가 부도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환율 상승과 거래처 부도까지 겹친 결과였다. 남편에게 수십억원을 빌려준 은행은 A씨가 채무 변제를 피할 목적으로 위장 이혼한 뒤 아파트를 빼돌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미국 법원의 이혼 판결에 불복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미국 법원은 이혼 자체는 유지하되 재산분할 부분만 취소한 상태다.
A씨는 "저희는 실제 부부 사이가 나빠져 이혼한 것"이라며 "전남편은 아파트 명의를 다시 돌려놓으라고 한다. 미국에서 이혼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새 출발하려던 계획이 엉망이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이현호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미국 법원의 재산분할 판결이 취소됐다면 한국에서 마친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 법원에서 진행될 재산분할 재심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한국에서의 소송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 측의 위장 이혼 주장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합의로 이혼신고를 한 이상 다른 목적이 있었더라도 당시 이혼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혼 후 실제 따로 살고 있다는 사정 등을 입증하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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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줄이거나 채무를 늘려 채권자가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변호사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통상적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사해행위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 법원의 판결이 국내에서 효력을 인정받는지도 중요하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은 외국 법원의 확정판결이 국내 법원에서 승인받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으로 국제재판관할권, 적법한 송달 또는 응소, 공서양속, 상호보증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외국 법원의 확정판결이 승인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기판력에 저촉돼 동일한 소송을 국내 법원에 다시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