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조작기소 특검법'을 두고 "헌법상 권력분립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위헌 입법, 위헌 법률이자 위헌 특검"이라고 했다. 특검법 수사 대상에는 이 총장 재임 시절 검찰이 수사했던 사건들 일부가 포함돼 있다.
이 전 총장은 6일 입장문을 내고 "헌법과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작금의 현실에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더는 침묵할 수 없어 비통한 심정으로 말씀드리니, 귀 기울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총장은 특검법의 추진 목적을 먼저 문제 삼았다. 그는 "모든 정치 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그냥 한번 해보는 정치 행위는 없다"며 "이번 특검법은 법률 명칭부터 '조작수사, 조작기소'라 못 박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천문학적 부동산 투기 세력인 대장동·백현동·위례 불법 개발사업 일당과 불법 대북송금 피고인들의 번복된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검사들을 '조작수사, 조작기소'로 단정지었다"며 "지난 4월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서도 '조작수사, 조작기소'라는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이 전 총장은 "우리 국민들 모두는 이 특검을 하는 목적을 잘 알고 있다"며 "특검을 한다고 해서 진실이 바뀌지 않는다. 있는 죄가 없어지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특검의 일방적 결과에 따라 공소취소의 길을 열려고 하겠지만 이에 따를 검사는 없을 것"이라며 "공소취소가 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식을 벗어난 위헌·위법적 정치 행위가 사법 정의를 파괴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더 큰 사법적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져 얼마 못 가 진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기소 권한 분리 원칙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됐음에도 특검만 예외로 두는 것은 모순적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전 총장은 "민생에 직결되는 검사의 보완 수사권마저 전면 폐지해 검사에게는 손톱만큼의 수사권도 남겨두지 않았다"며 "하지만 '공소취소를 위한 특검'을 도입하면서, 그 특검에는 수사와 기소 권한을 통째로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수사 대상을 정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만은 민주당의 '수사-기소 분리 원칙'의 예외"라고 비판했다.
또 "심지어 폐지된 옛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권한을 소급 적용하기까지 한다"며 "나에게, 우리 편에게 유리한 형사사법 시스템을 창설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모순되는 자가당착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이냐"며 "민주당이 사법의 철칙으로 여기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도 온데간데 없다"고 했다.
이 전 총장은 "사법권은 독립된 사법부에 속한다"며 "행정권에 속하는 수사기관, 그것도 재판 절차가 일시 중지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시조직인 특검이 확정되었거나 재판 중인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어 사법부에 앞서 먼저 판단하는 것은 사법권의 본질인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2,917명 읽는 중
특검이 아닌 재판 진행 등 예정된 법률적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헌법과 법률이 미리 마련해 둔 사법 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도, 한명숙 총리도 모두 재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만약 확정된 재판을 번복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다면 재심절차를 거치면 된다"며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적법절차와 증거, 법리를 따져 차분히 유무죄를 결정지으면 될 일"이라고 했다.
이 전 총장은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라도 법 위에 있으면 민주공화국은 무너진다"며 "일반 국민들이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소위 '조작'이라고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그때마다 특검을 만들어 수사를 해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사사법 절차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누군가에겐 인권을 덜 보장하고 누군가에겐 인권을 더 보장하는 형사절차는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조작기소 특검법은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수사 대상에는 이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대장동·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이 포함됐다. 이 전 총장은 2022년 5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대검 차장을 지낸 후 2024년 9월까지 검찰총장을 역임했다. 검찰이 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대장동 등 사건으로 기소를 할 당시 이 전 총장이 검찰의 수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