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구속 피한 60대, 결국 전 연인 살해...비극 또 못 막았다

"폐암 말기" 구속 피한 60대, 결국 전 연인 살해...비극 또 못 막았다

이현수 기자
입력 2026.11.06 15:27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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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 모니터링했는데…전자발찌 해제 2주만 살해
"재범 위험성 평가 강화·심리적 위협까지 기준으로 삼아야"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경찰에 스토킹 피해를 신고하고 보호조치를 받던 관계성 범죄 피해자가 살인 등 강력범죄에 희생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피해자가 느끼는 심리적 위협까지 고려해 보호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은평구에서 전 연인인 60대 남성 A씨에게 살해당한 70대 여성 B씨는 경찰의 고위험 피해자 관리 대상인 'A등급'으로 분류돼 있었다. 지난 7월18일 A씨가 B씨의 목을 조른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된 이후부터다. 해당 사건은 최근 경찰청이 실시한 관계성 범죄 전수점검 대상에도 포함됐다.

경찰은 A등급 피해자에 대해 최소 월 1회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B씨에 대해선 지난 7월부터 총 27차례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가해자 A씨는 7월말부터 8월말까지 약 한 달간 구치소에 구금됐고, 석방 이후에는 지난달 22일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했다.

그러나 전자발찌 부착이 종료된 지 약 2주 만에 B씨는 살해당했다. 경찰은 추가 범행 정황이 없고 피해자의 별도 요청도 없었다는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 연장 등 추가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전자발찌 종료 일주일 전 B씨에게 필요한 조치를 확인했지만 특별한 요청은 없었다"며 "전자발찌를 연장하려면 명확한 범죄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추가 범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검찰 단계에서 불청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7월20일 A씨에 대해 폭행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절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당시 검찰은 이를 반려했다. A씨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폐암 말기 상태였던 점 등이 고려됐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나 추가 범행 정황에 따라 보호조치가 제한되는 문제는 다른 관계성 범죄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12일 제주에서 전 연인에게 살해당한 여성도 최근 1년간 스토킹 등으로 4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근금지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추가 범행이 발생했는지보다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과 피해자의 심리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호조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해자는 전자발찌가 해제돼 피해자와 경찰 모두 안심하는 시점을 범행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당장 공격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공포의 정도, 가해자의 범행과 집착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도 가해자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두려움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해자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구속영장이 반려된 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태연 태연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암 환자라도 신체 거동이 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에게 치우친 판단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보호를 우선했다면 오히려 피의자가 죽음을 앞뒀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범 위험성 평가를 전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분석관이 재범 위험성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치료나 구금 등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 등 심리적 피해까지 기준으로 삼는 피해자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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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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