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장애인도서관 "대체자료 제작 지연으로 이용자 사회 참여 등 제한"
저작권법 면제 담은 '마라케시 조약' 비준했지만…낮은 실효성, 예산도 삭감 추세

시각장애인을 위한 훈맹정음 제정 100년이 지났지만, 점자도서, 디지털음성도서 등 대체자료 제작을 위한 디지털 원본 납본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머니투데이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요청한 디지털 원본 텍스트 파일 건수 대비 제출 건수 비율은 75.5%다. 2020년 도서관법에 디지털 원본 파일 제출 조항이 신설된 이후 비율이 개선되고 있으나 4분의 1 정도는 제출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디지털 원본 텍스트를 받는 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차도서, 디지털음성도서 등 대체자료를 원활히 제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원본 파일을 확보하는데 차질이 생기면서 대체자료 제작, 보급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원본 파일이 없으면 종이책 스캔 및 수동 교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병목 현상까지 발생한다. 본문뿐 아니라 표·그림·각주·수식 등의 정보까지 제대로 처리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된다.
국립장애인도서관 관계자는 "대체자료 신청 접수부터 제작·보급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돼 이용자들이 자료의 적시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며 "학교 수업이나 지역사회 내 문화 프로그램 등에 참가하려도 할 때에도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16년 시각장애인이 저작권법 제한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마라케시 조약을 비준했다. 이를 통해 조약 비준국 내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은 권리자 허락 없이 어문 저작물을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원본 자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다. 도서관법 제24조3항은 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에 한해 자료를 발행·제작한 자에게 이를 디지털파일 형태의 도서관자료로 제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자는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벌칙 조항이 없다보니 요청을 받은 출판사들은 제출을 꺼리고 있다. 자료 제출시 도서정가 4배 수준의 보상가가 책정되고 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파일 유출 우려 등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인센티브는 적고 벌칙은 없다보니 실질적인 의무화는 되지 않는 셈이다.
김 의원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출판사의 디지털 원본 제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당사자들이 적시에 책을 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마라캐시 조약 비준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대체자료 제작은 단순한 규제나 강제 조항으로 다뤄질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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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의 대체자료 제작 예산도 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내역에 따르면 국립장애인도서관의 대체자료 제작 및 개발에 투입된 예산액은 지난해 약 143억7600만원에서 올해 126억6100만원으로 감소했다. 내년에 책정된 정부안액 역시 126억9400만원에 그친다.
김 의원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무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디지털 원본 제출부터 제작·보급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실효성 있는 지원과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