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구조조정으로 위축됐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증권업계 IB(투자은행) 부문 수익원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PF란 아파트나 오피스 같은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향후 발생할 수익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PF부문은 구조조정을 거쳐 사업성이 양호한 곳을 중심으로 신규 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올해 3월 말 기준 169조8000억원으로 레고랜드 사태 이듬해인 2023년 12월 말 대비 26.5% 감소했다. 사업 완료와 부실 우려 사업장 정리·재구조화가 이어진 영향이다. 올해 3월 말까지 정리·재구조화된 사업장은 18조9000억원 규모다. 레고랜드 사태는 2022년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사업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205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이행 대신 회생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채권시장 불안이 확산된 사건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신규 부동산 PF 취급액은 16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사업성이 양호하고 사업 진행도가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신규 자금이 공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PF 분야 신규자금 유입은 증권사의 IB부문 실적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증권(25,900원 ▼250 -0.96%)의 올해 상반기 IB·PF 수익이 1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가량 늘었다. IPO(기업공개) 등 인수·주선 수수료는 30% 넘게 줄었지만 2분기 금융자문수수료와 지급보증료가 각각 342%, 29% 증가했다. 지급보증료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대출이나 유동화증권 등에 증권사가 채무보증을 서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다. 지급보증은 부동산 PF 자금 조달의 핵심 고리로 손꼽힌다.

키움증권(268,000원 ▼7,500 -2.72%)의 지난 2분기 IB 수수료는 833억원으로 1분기보다 56% 늘었다. 이 가운데 구조화금융·PF 수수료가 658억원으로 79.0%를 차지했다. 상동 홈플러스 부지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비롯한 신규 PF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이 실적에 기여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전까지 부동산 PF 관련 주선과 보증 수수료는 인수·주선 수수료와 함께 IB 실적의 한 축이었지만 이후 부실이 불거지면서 증권사들이 신규 취급을 줄이고 기존 익스포저 관리에 집중해왔다. 구조조정을 거쳐 우량 사업장 중심으로 자금이 돌기 시작하면 증권사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IB업계 한 임원은 "IB 부문에서 부동산은 레고랜드 사태 이전까지 중대 수익원으로 여겨져 왔다"며 "대형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PF가 안정적이라는 관점이 존재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IB업계에선 PF 취급이 다시 늘면 부실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28.38%에서 올해 3월 말 30.43%로 2.05%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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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23만호+α 규모 주택 공급을 골자로 내놓은 8·13 부동산 대책은 증권사 IB 부문에서 공사채 인수·주선 물량을 늘릴 이슈로도 거론된다. 부동산 개발 관련 공공기관의 외부차입이 늘 경우 공사채·MBS(주택저당증권) 등 자본시장 조달이 확대돼 증권사의 인수·주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저가 수수료 경쟁도 확대될 수 있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축됐던 PF 시장 정상화가 기대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주금공(한국주택금융공사)·HUG(주택도시보증공사)·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역할 강화가 예상된다"며 "해당 기관들의 외부차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