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천원→100만원, 이 책도 다시 인기...'오디세이' 보려 독서모임까지

1만2천원→100만원, 이 책도 다시 인기...'오디세이' 보려 독서모임까지

박다영 기자
2026.08.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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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런)가 개봉 13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더불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고객이 관련 서적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영화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런)가 개봉 13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더불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고객이 관련 서적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독서 모임에 가입해서 '오디세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꼭 아이맥스로 봐야 할 영화'라는데 지금은 티켓팅이 너무 힘들어서 9월 말이나 10월까지 책을 읽으면서 공부한 다음에 용산 아이맥스에서 보려고요."

30대 여성 A씨는 영화 '오디세이'를 봤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 나서 모임에 들어온 사람도 있는데 일정 분량을 각자 읽고 스포일러(창작물의 결말을 말하는 행위) 되지 않는 선에서 감상을 나눈다"고 말했다.

미국 영화 '오디세이' 열풍이 불면서 고전을 읽고 공부하는 2030 세대가 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영화가 개봉한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오디세이', '오뒷세이',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도서 판매량은 개봉 전 약 2주보다 193.9% 늘었다. 절판된 가나출판사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20권 세트는 영화 개봉 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1만2000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100만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오디세이'에 빠진 2030…책 사고 강연 듣는다

20대 여성 B씨는 영화 개봉 직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샀다. 그는 "'언젠가는 읽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두껍다는 이유로 늘 미뤄왔는데 영화를 더 섬세하게 이해하고 싶어 관람 전에 읽는 것을 목표로 도전 중이다"라고 말했다.

두 책 모두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기원전 8세기경 남긴 작품으로 수백 쪽 분량의 '벽돌책'이다. 일리아스는 도시 국가 트로이와 그리스 등 아카이아 연합군이 벌인 트로이 전쟁을, 오디세이아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서구 문명의 근원으로 현재 나오는 수많은 책과 영화 등 콘텐츠의 세계관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

30대 남성 C씨는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유튜브로 오디세이를 다룬 강연과 스포 없는 리뷰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영화관들은 발빠르게 흐름을 읽고 행사에 나섰다. 롯데시네마는 역사학자 심용환의 '시네마틱 클래스-심용환의 신화의 역사'를 진행했고 CGV는 'CGV 북클럽 with 오디세이아'를 열어 참가자들이 2시간 동안 영화관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작품을 즐기는 시간을 마련했다.

영화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누적 관객 500만명을 돌파한 17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오디세이’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다.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에 따르면 지난 5일 개봉한 ‘오디세이’는 개봉 13일째인 이날 누적 관객 500만명을 넘어섰다. 전날 400만 관객을 돌파한 지 하루 만이다.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가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 분)와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 분)에게 돌아가기 위해 겪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뉴스1
영화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누적 관객 500만명을 돌파한 17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오디세이’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다.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에 따르면 지난 5일 개봉한 ‘오디세이’는 개봉 13일째인 이날 누적 관객 500만명을 넘어섰다. 전날 400만 관객을 돌파한 지 하루 만이다.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가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 분)와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 분)에게 돌아가기 위해 겪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뉴스1

'오디세이' 열풍이 서점가까지 이어진 것은 지적 욕구가 큰 한국인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를 고를 때 사고를 확장시키는 콘텐츠를 원한다는 것. 이 성향 때문에 오디세이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 한국에서 매번 인기가 좋다는 평가도 있다.

놀란 감독은 보편적인 소재에 과학적·철학적 개념을 넣어 작품을 만들어낸다. '메멘토'에서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이야기를 비선형적 시간에 담아내며 기억과 정체성의 관계를 이야기했고, '인셉션'에서는 꿈의 다층 구조·잠재 의식을 다뤘다. '인터스텔라'에서는 부모의 사랑이라는 소재에 상대성 이론, 블랙홀, 시간 지연이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으로 그려냈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많았던 영화로 꼽힌다. 글로벌 수익이 7억달러(약 9600억원)에 그쳐 놀란의 다른 영화에 비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대흥행을 기록했다.

인터스텔라 제작자 린다 옵스트 "과학에 대한 공포감이 있으면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남미는 과학영화보다 '때려 부수는' 영화 선호도가 높다"며 "한국 관객들은 머리가 좋고, 과학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 스토리를 즐겼기 때문에 흥행했다"고 봤다.

국내엔 '70mm 아이맥스 상영관' 없어…치솟는 '용아맥' 인기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7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오디세이' 홍보물이 송출되고 있다.   영화 '오디세이'는 이날 5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026.08.17. /사진=황준선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7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오디세이' 홍보물이 송출되고 있다. 영화 '오디세이'는 이날 5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026.08.17. /사진=황준선

'오디세이'는 관객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점 외에도 '희소성'으로 2030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놀란 감독은 영화의 모든 장면을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촬영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필름(35mm)과 비교하면 약 10배가 넓어 화면이 크고 더 선명하다.

필름을 그대로 영사해 감독이 촬영했던 영상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70mm 아이맥스 상영관'은 전 세계에 41곳뿐이다. 국내 영화관은 단 한 곳도 해당하지 않는다. 국내 관객은 4K 디지털 데이터를 레이저로 투사하는 방식으로 봐야 된다.

70mm 아이맥스 상영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전무하다. 41개관 중 25개가 미국에 몰려 있고 그 중에서도 캘리포니아에만 8개관이 있다. 그밖에는 캐나다와 영국이 각각 9개관, 3개관을 갖추고 있다. 호주와 벨기에, 체코, 프랑스에 각각 1개관씩 있다.

놀란 감독이 쓴 필름의 화면비는 1.43:1인데 이는 일반 상영관 화면비(2.35:1)보다 세로가 훨씬 긴 형태라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하면 위아래가 잘려 나간다. 국내에서는 '용아맥'으로 불리는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이 유일하게 이 화면비를 그대로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지가 됐다.

놀란 감독은 지난 12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영화 '오디세이' 관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놀란 감독은 지난 12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영화 '오디세이' 관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놀란 감독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일반 상영관에서도 아이맥스의 장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며 "압도적인 해상도로 촬영했기 때문에 최상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이맥스가 아니어도 된다"고 강조했지만 '용아맥' 관람 자체가 희소한 경험이 되며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용아맥'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오는 30일까지 표는 삽시간에 매진됐고, 추가 예매도 바로 동났다. 2만원 안팎의 티켓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15만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B씨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아이맥스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고 하더라"며 "이왕 보는 거 '용아맥'에서 보려고 한다. 놀란 감독 영화에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으니, 책을 미리 읽어서 상징적인 표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C씨도 "여러 번 볼 생각은 없어서 제일 좋다는 '용아맥'에서 보려고 한다"며 "지금은 예매를 할 수가 없어 유행이 조금 꺾이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용아맥'을 비롯해 '오디세이'를 특수상영관에서 관람한 관객이 늘자 영화관들도 미소짓고 있다. 지난 17일까지 '오디세이' 티켓 매출은 566억원이고 총 매출액을 관객 수로 나눈 객단가는 올해 흥행 영화 중 가장 높은 금액인 1만969원을 기록했다. '호프'(1만714원) '군체'(1만540원) '스파이더맨 4'(1만424원)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왕과 사는 남자'(1만원)를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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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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