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제임스 킹, 채텀하우스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 중국 및 세계 담당 선임 연구원 리포트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거품인가?'
![[베이징=AP/뉴시스] 23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 자유 격투 종목에서 로봇들이 경기하고 있다. 전날 열린 100m 경기에서 한 로봇이 9초39에 결승선을 통과해 2009년에 우사인 볼트가 세운 9초58의 인간 세계기록을 앞질렀다. 닷새간의 일정으로 열린 올해 대회에는 16개국 666개 팀과 2천56대의 로봇이 참가해 총 51개 종목, 1천301경기에서 경쟁한다. 2026.08.2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0412591114997_1.jpg)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둘러싼 시장의 열기가 기업들의 재무적 기초체력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임스 킹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 중국·세계 담당 선임연구원은 지난 3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거품인가(Is China's humanoid robot industry a bubble?)'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챗GPT 모먼트'에 도달하기 전까지 거품 우려는 계속될 것이며, 이는 투자자와 큰 꿈을 좇는 수많은 중국 로봇 스타트업 모두에게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킹 연구원은 최근 중국 로봇 산업이 다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8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휴머노이드게임에서는 로봇들이 달리고 뛰고 권투하는 영상이 SNS(소셜미디어)를 뒤덮었다. 특히 일부 100m 경기 영상은 '우사인 볼트의 세계기록을 넘어섰다'는 설명과 함께 확산됐다. 다만 보고서는 해당 로봇의 구체적인 기록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 기간 금융시장은 중국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주가 급등락에 주목했다. 유니트리는 지난 8월 19일 상하이증시 커촹반에 공모가 150.80위안으로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장중 1100위안까지 치솟아 공모가 대비 629% 급등했고, 종가는 845위안으로 공모가보다 460%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빠르게 밀려 9월 1일 571.10위안에 마감했다. 이는 상장 첫날 장중 고점보다 약 48% 낮은 수준이다.
킹 연구원은 유니트리 상장 과정에 "비이성적 과열"이 있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주가가 정점에 달했을 당시 유니트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00배까지 치솟았다. 이는 상하이 커촹반(과학기술혁신판) 평균 PER 124배와 뚜렷이 대비되는 수준이다. 상장 직후 주가가 후퇴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이번 조정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기술적 가치나 상업적 전망을 부정하는 근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000~2002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 인터넷 기업들의 기업가치 수조달러가 사라졌지만, 그것이 인터넷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유니트리 주가 변동이 실제로 드러낸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사업모델에 대한 의문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킹 연구원은 핵심 질문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돈을 벌 수 있을 만큼 폭넓은 직무를 충분히 잘 수행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언제쯤 가능해지는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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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여전히 중대한 결함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지나치게 짧은 경우가 많고, 길찾기와 장애물 회피, 멈춰야 할 시점 판단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휴머노이드게임에서도 다수의 로봇이 장벽에 부딪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손동작의 정밀도 역시 아직 투박한 수준이며, 로봇의 '눈'에 해당하는 비전 시스템은 맥락 이해나 가려진 부분을 추론하는 영역에서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선 속도는 빠르다는 게 킹 연구원의 판단이다. 중국 로봇 제조사 애지봇(AgiBot)은 최근 1회 충전으로 최대 10시간 구동이 가능한 배터리 성능을 선보였다. 조작 정밀도 부문 선두 업체인 링커봇(Linkerbot)은 오차 0.2mm 수준으로 물체를 배치하고 30kg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로봇 손을 개발했다. 하이크비전 등 주요 기업들은 물체의 깊이와 형상, 공간 좌표를 포착하는 3D 머신비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가 겨냥하는 지점은 이른바 '챗GPT 모먼트'다. 킹 연구원에 따르면 업계는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이 낯선 환경에 놓인 상태에서도 텍스트나 음성 명령만으로 과업의 80%를 완수하는 시점으로 정의한다. 이 순간이 오면 로봇은 현재처럼 세밀한 사전 프로그래밍에 의존하지 않고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인간 노동자와 비슷한 효율을 더 낮은 비용으로 구현한다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판매 논리도 이때 비로소 성립한다. 시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왕싱싱 유니트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빠르면 2~3년, 늦으면 5~10년"이라고 말했고, 왕샤오강 ACE로보틱스 회장은 2027년 말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수익성 있는 활용처를 찾기 위한 경쟁도 시작됐다고 킹 연구원은 전했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잠재력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지난 7월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는 로봇이 커피와 피자를 만들고, 빨래를 하고, 약을 조제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생산라인 작업과 화장실 청소, 마사지 등을 수행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킹 연구원은 이를 AI를 경제 전반에 확산시키려는 베이징의 더 큰 구상의 일부로 해석했다. 중국의 제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은 2027년까지 핵심 산업 부문의 70%, 2030년까지 90%에서 AI 기기와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이 사용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의 성격이다. 킹 연구원은 유니트리 증권신고서를 근거로 이 회사 휴머노이드 로봇 매출의 압도적 비중이 대학과 학술기관, 연구소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관 상당수는 정부 보조금의 도움을 받아 로봇을 구매하고, 이후 로봇을 훈련시키며 확보한 데이터를 유니트리 같은 로봇 기업에 되판다. 이런 순환 구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유니트리 매출 가운데 산업계 판매 비중은 약 9%에 그쳤다. 이는 현재까지 상업적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방증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킹 연구원은 이 같은 시장 구조가 중국 전기차(EV) 산업 초기와 닮았다고 분석했다. 상당한 규모의 정부 자금이 수요를 떠받치고, 기업들은 그 시간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베이징은 제15차 5개년계획에서 로보틱스를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분류했다. 또 로봇과 AI, 혁신 분야에 집중하는 약 1380억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털 펀드로 산업 육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표준 제정을 주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중국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확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제조사들은 올해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외신이 인용한 추정치는 약 85% 수준이다.
![[베이징=AP/뉴시스]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지난 22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닷새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 개막식에 앞서 축구 경기를 하고 있다. 이날 열린 100m 경기에서 한 로봇이 9초39에 결승선을 통과해 2009년에 우사인 볼트가 세운 9초58의 인간 세계기록을 앞질렀다. 올해 대회에는 16개국 666개 팀과 2천56대의 로봇이 참가해 총 51개 종목, 1천301경기에서 경쟁한다. 2026.08.2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0412591114997_3.jpg)
베이징의 시나리오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신속히 '챗GPT 모먼트'에 도달해 전기차와 같은 또 하나의 전략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동시에 잠재적으로 혁명적일 수 있는 미래 기술의 국제표준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 경우 로봇 산업은 전기차 산업의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내수시장에서 규모를 최대한 키운 뒤, 품질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출시장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킹 연구원은 전기차의 수출 성공이 오히려 로봇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등지에서 현지 제조사를 압박하고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높이면서 안보, 경제, 공급망 회복탄력성 측면의 우려를 낳았다. 그 결과 주요 시장이 중국산 로봇에 대해서는 더 이른 단계에서 장벽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7월 외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의 신규 수입을 금지했다. FCC는 7월 27일 '외국산 첨단 로봇 기기의 위협에 관한 국가안보 판정'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과 사족보행 로봇, 전력 인버터의 신규 수입을 차단했으며, 사이버보안 위험과 공급망 취약성을 근거로 들었다. 킹 연구원은 워싱턴이 다른 나라에도 동참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다른 국가들의 로봇 산업이 크게 뒤처져 있는 상황에서 중국 모델이 지배하는 미래 로봇 산업을 대체할 현실적 선택지가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챗GPT 모먼트가 빨리 올수록 유럽 정책결정자들은 익숙한 질문에 더 빨리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자국 산업을 어디까지 방어할 것인지, 그리고 자국 기술을 중국과 얼마나 깊이 통합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