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와 핵합의(JCPOA)를 이끌어낸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이 전쟁 지속 여부에 대해 이란 국민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국민투표를 제안한 걸로 풀이된다. 미국-이란 전쟁이 교착에 빠진 가운데 전쟁 지속을 둘러싸고 이란 내부에서도 이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은 이란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투자자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미국과의 분쟁이 "명예롭고, 대다수 국민의 뜻에 따라" 종식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 확성기를 들고 소란을 피우는 소수 집단"은 이란 사회의 다수가 아니라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 지도자들을 비롯한 이란 내 강경파를 비판했다.
로하니 전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우선 국가 목표를 명확히 정립한 다음 그것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계획은 앞으로 20년 동안 세계 강대국들과 싸우는 것"이라면서 "만약 국민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전쟁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로하니 전 대통령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국민들과 협의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권위와 권력의 진정한 주체인 국민의 뜻을 다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하니 전 대통령은 '국민투표'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여러 정치 분석가들은 그의 발언을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란 내 보수·강경파 등은 이 같은 발언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경파 의원 마흐무드 나바비안은 "겁쟁이 안락주의자들이 가짜 분열을 조장한다"며 이들의 목적이 "위대하고 강력한 이란의 항복"이라고 반발했다. 모르테자 마흐무디 의원은 로하니 전 대통령을 두고 "혁명 역사상 가장 증오받는 대통령"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로하니 전 대통령의 발언이 "위험하며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고 평했다.
한편 장기화하는 전쟁으로 리알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등 이란 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중동 전문 인터넷 매체 미들이스트온라인(MEO)은 유권자들을 향한 로하니 전 대통령의 질문이 이란 당국에게 어려운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종식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전쟁 지속이 이란에서 더 이상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는 사안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최근 이란이 미 군함 2척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이 이란 유조선 3척을 공격해 보복에 나서면서 미·이란 간 충돌이 다시 격화하는 양상이다.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과 이란이 끔찍한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앞으로 6개월 동안 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