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선진국 재정 취약, 그래도 미국이 낫다?…달러, 18개월래 최고

대다수 선진국 재정 취약, 그래도 미국이 낫다?…달러, 18개월래 최고

권성희 기자
2026.10.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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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 가치가 국채수익률 상승세와 더불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미국 달러 인덱스(DXY)는 지난 6일(현지시간) 101.83을 나타냈다. 전날 102를 넘어섰다가 소폭 후퇴한 것이다. 달러 인덱스가 102를 상회하기는 지난해 4월9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달러 인덱스(DXY) 최근 1년간 추이/그래픽=김지영
미국 달러 인덱스(DXY) 최근 1년간 추이/그래픽=김지영

달러 인덱스는 지난 1월27일 96.22로 단기 저점을 형성한 이후 지난 5일까지 6.2% 상승했다. 6일 기준으로는 5.8% 올랐다. 달러 인덱스 상승폭 중 절반가량은 지난 9월 초 이후 이뤄졌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달러 강세 베팅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향후 달러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 포지션은 지난 한달간 3배 이상 늘었고 지난주에만 39% 증가했다.

유로화 약세도 달러 가치를 끌어올렸다. 프랑스의 경제 부진과 재정 악화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유로화는 최근 달러 대비 17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 인덱스에서 유로화 다음으로 비중이 큰 일본 엔화도 약세를 보이며 달러 강세에 일조했다. 엔화는 올 여름 한 때 1달러당 163엔으로 떨어지며 3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가 미국 재무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당국의 개입으로 지난 8월 초 이후 다소 안정됐다.

달러-국채수익률 동반 상승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달러 강세가 미국 국채수익률의 급격한 상승세와 맞물려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 9개월 동안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약 1.4%포인트 상승하며 오후 3시 마감 수익률 기준으로 1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국채수익률은 2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일반적으로 국채수익률이 오르면 통화 가치도 상승한다. 경제 성장세가 강해지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고 이에 따라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달러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프랑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정적자가 심각해져도 투자자들이 국채 투자에 대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면서 국채수익률이 오른다는 점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6회계연도에 2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국가부채는 이미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재정 우려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오르면 통상 달러는 약세 압력을 받는다. 하지만 배런스는 세계 주요국 거의 모두가 재정 측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줄었고 오히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대다수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우려로 국채수익률 상승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는 안전자산 지위가 강해지면서 가치가 상승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증시로 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

현재 글로벌 자금 흐름은 달러에 우호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7월까지 1년간 미국 주식과 뮤추얼펀드에 약 1조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특히 올 2분기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4260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에 유입됐다.

블랙록 투자연구소의 책임자인 장 부아뱅은 "미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한 (달러 가치에 대한) 이러한 지지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달러 강세는 S&P500 기업들의 이익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창출한 매출액의 달러 환산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S&P500 기업들은 전체 이익 중 약 3분의 1을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다.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S&P500 기업들의 이익은 대략 2~4%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최근의 달러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초반에 제기됐던 외국인들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와 이에 따른 달러 가치 급락 우려와 상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랙록의 부아뱅은 "그렇다고 '셀 아메리카' 위험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미국의 재정적자는 연간 1조9000억달러에 달하고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1%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우려가 지금 달러를 움직이는 핵심 요인은 아니지만 다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스탠다드 차타드의 외환 리서치 공동 책임자인 스티븐 잉글랜더는 "재정적자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상승해도 인플레이션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억제되는 한 시장은 이를 달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런스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인한 달러 약세 압력을 국채수익률 상승이 상쇄하고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반영되면서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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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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