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청년의 분노 미 선거 흔들다(하)
휘발유 갤런당 4.27달러…생활비 부담 커져
난방유·월세까지 가계 압박…트럼프, 적색 경유 규제 완화 등 대응


다음달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휘발유와 난방비, 월세, 일자리 등 이른바 '지갑 사정'이 표심을 가르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20대 청년 일부가 이탈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생활비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의회 다수당 탈환을 노린다.
27일 주요 외신들은 미국인들의 체감 경제가 얼마나 악화했는지에 선거 결과가 달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경제'를 중간선거 투표 기준으로 꼽은 응답비율은 84%로 다른 항목보다 높았다. 트럼프가 경제 정책에 대해 좋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매우' 또는 '어느 정도' 확신한다고 답한 유권자는 35%에 불과했다.
①전쟁 후 오른 유가…트럼프 텃밭도 '흔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와 미국 내 휘발유·디젤 가격이 뛰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미국의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27달러로, 1년 전보다 1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디젤 가격도 갤런당 6.32달러까지 치솟았다. 기름값이 유독 비싼 서부는 타격이 더 크다. 캘리포니아의 경유 가격은 갤런당 8.51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으로 꼽히는 중서부 아이오와주에서도 공화당이 고전하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이달 19일까지 집계한 연방 상원의원 선거 여론조사 평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시 투렉은 공화당 후보인 애슐리 힌슨 연방 하원의원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3.2%포인트(p) 차이로 아이오와주를 거머쥔 것과 대조적이다.
북동부에서는 난방비가 문제다. 난방유 가격은 전년 겨울보다 30% 이상 오른 상태다. 특히 메인주 등 뉴잉글랜드 지역은 난방유 의존도가 높다. 그 결과 NPR·PBS·마리스트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경제 대응 능력에서 민주당을 42%, 공화당을 34%로 평가했다. 물가 상승이 단순한 가계 부담을 넘어 집권 공화당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 셈이다.
연방정부도 다급하다. 미 에너지부는 북동부 난방유 비축분(100만 배럴) 가운데 최대 31만5000배럴을 대여하겠다고 밝히며 일시적 공급 차질에 대한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방·농업용으로 쓰는 붉은 염료 경유(레드디젤)를 도로 주행 트럭에도 쓸 수 있도록 12월 말까지 단속과 벌금을 풀었다. 다만 연방 경유세(갤런당 24.4센트)는 면제가 아닌 납부 유예여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②관세·주거비 부담에…일자리도 문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격전지 경제와 맞물려 있다. 캐나다와 교역 비중이 높은 메인·미시간에서는 에너지와 자동차 부품 가격이, 아이오와에서는 대중국 농산물 수출과 농가 생산비가 쟁점이다. 오하이오에서는 철강·자동차 산업 보호와 원자재 가격 부담이 동시에 걸려 있다.
주거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Zillow)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전국 평균 월세는 1932달러(약 268만원)로 1년 전보다 2.7% 올랐다. 신규 주택 구매자의 월 부담은 3037달러(약 421만원)로 5%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금리를 올리면서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7%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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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일자리도 불안하다. 16~24세 실업률은 8월 9.1%로 1년 전(10.6%)보다 낮아졌지만, 신규 대졸자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5.7%로 전체(4.3%)보다 높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물가 상승을 반영한 9월 실질 시간당 임금이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0.7% 떨어지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생활비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청년층의 정치적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③AI 데이터센터·러스트벨트 경제살리기
AI 속도 조절론보다는 '가속론'을 펴 온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도 지역 주민의 생활비 문제와 맞물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AI 기업에는 필수적인 인프라지만 주민에게는 막대한 전력·용수 사용과 소음, 전기요금 상승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의 '자율 규제'를 앞세우는 한편 데이터센터 건설을 장려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주요 AI 기업들과 자율 안전관리 합의를 발표했고, 데이터센터 확대도 지지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텍사스주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전력망 영향을 점검하겠다며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을 중단했다. AI 산업 육성과 전기요금·지역 환경 보호 사이의 갈등이 여당 내부로 번지는 양상이다.
제조업 쇠퇴를 겪은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부·북동부 공업지대)의 경제 회복도 이번 선거의 화두다.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은 2024년 대선에서 공장 일자리 회복을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지역이다. 관세를 통한 제조업 부흥이 실제 고용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는지, 고물가 부담을 상쇄할 만큼 가계 형편이 나아졌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