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위기가 닥치면 자신을 돌보지 않고 국가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켜낸 사례도 그렇고, 건국 이래 최대의 국난이라던 IMF 위기를 맞아 일어난 ‘금 모으기 운동’ 역시 가까운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우리들은 자신만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상생(相生)을 통해 모두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왔다.
하지만, 미국 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현재의 위기상황을 대처하는 자세는 어떤가?
필자가 요즘 가장 듣기 싫어하는 질문이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까요?' 라는 말이다. 바로 강 건너 불구경 하는 태도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이 '짧으면 1년, 길면 2-3년 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더욱 싫다. 만약 2-3년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 나라에 남아있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수입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성장하던 수입차 시장은 지난달 신차 판매가 큰 폭으로 하락, 전월 대비 판매량이 23.4%나 감소했다. 11월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며, 상당 기간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맞아 판매량이 감소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고, 이는 수입차 업계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기 극복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이뤄지지 않고,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위기극복을 위한 상생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상황은 상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수입차 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외부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불 능력이 충분한 고객들마저도 리스 및 할부 거래가 안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 기관의 지원 미비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이 때문에 판매가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기관에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자격이 충분한 고객들에게라도 원활한 지원을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데 충분한 지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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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지혜는 위기를 극복하고 난 다음을 위해서도 더욱 중요하다. 혼자서 위기를 헤쳐 나왔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상상해보라. 이는 진정한 위기 극복이라고 할 수 없다. 옆에 고객과 파트너들이 없다면 또 다시 홀로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위기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긴장감을 가지고 위기에 정확하게 대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지만, 위기감이 필요 이상으로 커져 공포감으로 바뀌는 것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인터넷에 접속해보면 공포감을 조성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위기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지만, 공포는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위기를 맞이하면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고 올바른 조치와 행동을 취할 수 있지만, 공포감이 지배하면 정확한 판단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이에 따른 조치와 행동은 또 다른 손실을 일으키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위기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의 실패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비롯된 위기이기 때문에 누적된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했던 IMF 위기보다 극복이 빠를 수 있다고 믿는다. 공포감을 가질 이유도 없다. 위기 때마다 상생의 지혜를 모아 일치단결된 힘을 발휘해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였던 우리의 저력이 다시 한 번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형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것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자 집안에서는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상생을 더욱 실천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 것이다. 위기를 맞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당사자들이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