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기름값 160% 뛰었는데 택배비는 '반토막'
"평상시에는 아침 7시에 나와서 8∼9시까지 배달하죠. 추석을 앞둔 요새는 거의 밤 12시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 씻지도 못하고 바로 잡니다. 그리고 세수도 못 하고 5시 정도에 나오죠."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다가오면서 택배업계가 대목을 맞고 있다.
택배 기사들은 밤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배송하지만 넘쳐나는 물량을 다 처리하지 못할 정도다. 점심ㆍ저녁을 건너뛰는 일도 다반사다. 경기 침체로 선물 물량이 줄어들까 걱정도 했지만 다행이 주문이 줄지 않았다.

택배기사들이 한 건당 얻는 수입은 얼마나 될까. 소비자가 2500원의 택배비를 낼 경우 800~900원 가량이 기사의 몫이다. 하루 100상자를 나르면 8만~9만 원 수익을 올리지만 그게 순수익도 아니다. 차량 기름 값, 각종 보험료 등을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이 내야 한다. 주차 딱지 벌금도 만만치 않다.
택배기사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월수입을 종잡기 힘들지만 2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려 그중에서 기름값, 보험료를 내야 한다. 요즘 같은 명절 대목엔 많게는 200상자를 나르기도 해 열흘 만에 한 달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경유 값은 리터당 540원(1999년 평균)에서 1408원(올해 8월 말 현재)으로 160.7% 오른 반면 국내 택배 단가는 같은 기간 박스당 4070원에서 2350원으로 42.3% 하락했다.
유가가 올라 택배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택배업체들로 인한 공급과잉 경쟁체제 때문에 택배 단가는 반 토막이 됐다. 단가가 떨어지면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늘고 있다. 추석처럼 물량이 몰리는 시기에는 더욱 불만이 심해진다.
택배업체들도 할 말은 많다. 택배 기사가 모자란 데도 정부가 화물운송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면허를 늘려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택배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지만 배송 차량이 부족하다. 물량이 증가하면 차량도 늘려야 하는데 증차는 지난 2004년부터 법적으로 제한돼 있다.
정부는 2004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화물차 수급불균형(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택배ㆍ운송 차량 등 모든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신규 허가 및 증차를 금지한 바 있다. 현재 전체 택배사들의 부족 차량 대수는 약 3000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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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택배기사들한테 일이 몰리고 용차(임대차량)를 쓰기 때문에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게 택배업체들의 주장이다.
인터넷쇼핑몰 등 전자상거래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택배 물량은 매년 15% 이상씩 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택배 기사의 근로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서비스 불량을 초래해 고객 불만이 증가되는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택배시장이 택배사업자, 택배기사, 소비자 등 참여자들이 모두 불만을 갖게 하는 구조로 짜여져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