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 '치킨게임'의 교훈

[기자수첩]반도체 '치킨게임'의 교훈

진상현 기자
2009.12.10 13:24

2009년 연말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모처럼 '턴어라운드'를 만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지난 2분기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는 1조1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4분기 영업이익은 2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이닉스도 3분기 흑자 전환에 이어 4분기 증권사들의 이익 전망치가 7000억 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두 회사의 내년 이익 전망치 역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모든 반도체 업체들이 '연말'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 D램 업체들은 지난 3분기에도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4분기 흑자 전환도 장담하기 힘들다. 난야, 파워칩, 프로모스 등 대만 3사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7년 1분기 15.2%에서 올해 2분기 8.2%까지 추락했다. 미래도 불투명하다. 한 때 세계 D램 3위였던 독일의 키몬다는 올해 초 파산의 길을 걸었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가격이 이렇게 급등한 상태에서도 수익성이 이 정도라면 다시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희비가 극명히 갈린 것은 지난 2006년 하반기부터 3년 가까이 이어졌던 반도체 '치킨 게임'의 여파다.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은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생사를 걸고 벌이는 증산과 가격 인하 경쟁을 의미한다. 한 때 대만 정부가 나서 대만 D램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치킨 게임'은 기업간 글로벌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다른 산업이라고 다를 수 없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승자가 됐지만 다른 산업에서도 그러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승전보'가 다른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해당 기업은 물론 정부와 국민 모두가 지원과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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