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명절후유증에 우는 택배업계

[기자수첩]명절후유증에 우는 택배업계

기성훈 기자
2010.02.17 17:40

"잘해도 남는 게 없고, 잘해야 본전…"

해마다 설 추석 등 명절 때면 가장 바쁜 업종은 무엇일까. 아마도 택배업계가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것이다.

명절 특수로 많게는 평상시 대비 2배가 넘는 물량으로 택배업체들은 배송전쟁을 치른다. 지난 설 특별수송기간만 해도 대형업체들은 1일 최대 120만 박스를 넘기기도 했다. 중소업체의 경우 증가폭은 훨씬 크다.

각 택배 회사는 폭증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인력 및 관련 장비를 확보하고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하지만 택배업계는 이런 물량 폭증이 마냥 반갑지 만은 않다.

굴비, 김 등 각종 설 선물세트서부터 쌀 포대까지 택배 기사들은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물건을 배달하기 바쁘다. 편하게 점심·저녁을 먹는 것은 호사이고 컵라면·빵·우유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하지만 물건을 받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배달이 왜 이렇게 늦었느냐" "집에 지금 없으니 밤에 다시 와라" 등 요구사항도 가지가지다. 게다가 각 사 콜센터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의 전화로 큰 골치를 앓고 있다.

불만 내용이 '배송지연'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제품이 분실 또는 파손되면 택배업체는 물론 기사들로서도 난감하기 그지없다. 배송비 몇 천 원을 벌려다 수 만원에서 수십만원을 환불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는 파손된 제품과 미배달에 따른 배상비용으로 오히려 적자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부족한 차량 상황 때문에 비싼 퀵서비스·콜밴 등도 큰 부담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고객 불만에 따른 회사 이미지 타격도 걱정이다.

겉으론 명절 특수에 '반색'하면서도, 속으로는 명절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매년 명절이라고 해서 '최대 물량'이라고 유난을 떨지만 워낙 낮은 택배단가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절이라고 가격이 비싸지는 것도 아니고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남는 건 하나도 없다"며 "낮아진 단가에도 물량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판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택배시장의 고질적인 저단가 경쟁이 명절 특수에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틈만 나면 실속경영을 외치며 저단가 경쟁을 없애자는 택배업계가 언제 제대로 명절 특수를 누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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