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타임오프, 노사관계 걸림돌 아닌 디딤돌로

[기고]타임오프, 노사관계 걸림돌 아닌 디딤돌로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2010.07.09 12:05

7월 1일부터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이 전면 금지되고 근로시간면제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우리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물론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산업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우리 노사관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겪는 산통(産痛)이며 이러한 혼란을 현명하게 견뎌야만 선진화된 노사관계를 이룰 수 있다.

노조전임자는 회사에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조합업무에만 종사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는 노동조합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그 동안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사용자가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이는 우리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폐해로 지적되어왔다. 일부 노조전임자는 사업장 내에서 특권층으로 군림하며 직장 분위기를 저해하는 한편 선명성 확보를 위한 투쟁을 주도해 노사 갈등의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

또한 타사업장 투쟁을 지원하거나 정치활동을 벌이는 등 사업장 노사관계와는 무관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새로 노조법에 규정된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당장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로 인해 노동운동이 급격히 위축될 것을 우려해 노사공동의 이익에 속하는 일부 활동을 유급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종래의 노조전임자 활동 중 상당부분이 사업장에서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와 무관한 활동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정착은 노사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행히 현재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하면서 법에서 정한 한도를 준수하고 있으며 사업장 상황에 맞게 합리적 수준으로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는 노조전임자 수와 처우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파업을 벌이고 있고 기아자동차 등 일부 사업장은 노조가 사용자에게 법위반을 강요하며 투쟁을 전개하는 등 노사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85개 사업장에서 노조전임자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조 스스로 기존의 잘못된 폐습을 타파하고자 하는 의지 없이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새로운 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고 나아가 건전한 노사관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또한 당장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원칙을 저버리는 사용자들의 책임도 크다. 근로시간면제 제도가 제대로 산업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원칙에 따라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도입·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노조와 갈등이 발생하고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힘들어도 기업들 스스로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합리적·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들어가는 첫 단추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는 것만이 최고의 노무관리다. 특히 내년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산업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기업들은 노사관계의 새로운 틀을 만들고 본연의 임무인 국가경제의 발전, 일자리 창출 등 그 책무에 전념해야 한다.

근로시간면제 제도가 공리공론(空理空論)에 머물지 않고 노사관계선진화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삼으려면 기업의 원칙과 의지가 중요하다. 언제까지 우리 노사관계를 이야기하면서 ‘강성 투쟁’이라는 단어만을 떠올릴 것인가. 베는 석자라도 틀은 틀대로 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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