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두고 현대중공업과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 사이에 벌어진 법정공방에서 법원이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재판장 장재윤 부장검사)는 9일 현대중공업 등이 "IPIC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현대중공업 등에 넘기도록 한 중재판정의 집행을 허가해달라"며 현대오일뱅크 대주주인 IPIC와 계열사 하노칼을 상대로 낸 '국제중재재판 결과에 대한 강제이행'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IPIC는 '주식회사의 운영과 국가의 공공질서에 반한다'는 사유를 들어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중재판정은 IPIC의 계약위반 책임을 물은 것일 뿐 회사법적 효력을 판단한 것이 아니므로 IPIC의 판정집행 거부사유는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대오일뱅크 주식의 주권이 현재 국내에 있지 않기 때문에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없다는 IPIC의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중재판정이 싱가포르 국제중재법원에서 내려진 만큼 승인과 집행의 문제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양국이 체약국으로 가입하고 있는 '뉴욕협약'을 따라야 한다"며 "뉴욕협약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의 국제사법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그룹으로부터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한 IPIC는 2억 달러의 우선 배당권을 갖는 대신 2억 달러의 배당 수령이 종료되면 현대중공업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회를 주기로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IPIC는 2006년 배당금으로 140억원만 수령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배당금을 수령하지 않았다. 즉 누적배당금이 1억8800만 달러를 넘지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유지해온 것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2006년과 2007년 회계연도 배당이 기준에 미달하는 수준으로 이뤄진 것은 주주간 계약 위반"이라며 IPIC를 상대로 싱가포르 소재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국제중재재판소는 "IPIC가 현대오일뱅크 주식 1억7155만7695주를 주당 1만5000원에 현대중공업에 넘겨줘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정했다. 하지만 IPIC는 주식매각을 거부했고 현대중공업은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