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가 꼭 좋은 공구는 아닙니다"

"유명 브랜드가 꼭 좋은 공구는 아닙니다"

최석환 기자
2010.07.19 10:01

[인터뷰]SK에너지 '공구 암기의 달인' 이재한 선임대리

"이름과 쓰임새를 정확히 외우고 있는 공구가 1500여개에 달하죠."

↑이재한 SK에너지 선임대리가 현장에서 사용할 작업용 공구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이재한 SK에너지 선임대리가 현장에서 사용할 작업용 공구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SK에너지(118,200원 ▲2,700 +2.34%)울산공장의 '명물' 이재한(45) 기계1팀 선임대리의 말이다. '공구 암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 대리는 1988년 입사 후 20년 가까이 한 분야에 몰두해 온 그야말로 '한 우물 인생'이다. 최근 '최고의SK인'으로 뽑혀 사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의 업무는 각 현장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고, 파손되거나 분실된 장비를 구매하는 일이다. 적절한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의 효율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원활한 석유제품 공급을 위해 24시간 작업이 멈추지 않는 정유공장의 특성상 일과의 대부분을 기계 장비나 공구와 함께 보낸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구역의 작업용 공구 숫자는 대략 1500개가 넘습니다. 금액으로 1억5000여만원 정도가 되는데 그 공구들이 공장에 기여하는 금액은 계산이 불가능하죠."

 

컴퓨터보다 더 정확하고 방대한 공구 관련 자료를 암기하고 있다 보니 현장 동료들의 신뢰도 두텁다. 그는 "현장에선 비싼 외국산 장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렴한 국산 장비도 제가 추천하면 직원들이 믿고 사용해 원가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뿌듯해했다.

 

처음 기계1팀에 발령받았을 땐 공구의 정식 명칭과 통상 쓰이는 명칭이 달라 곤란해 한 적도 많았다. 철사를 구부리거나 자를 때 사용하는 '뺛찌'의 제품명은 '플라이어 사이드 커터(PLIER SIDE CUTTER)'. 너트나 볼트를 조이거나 풀 때 사용하는 '몽키'의 공식 명칭도 '렌치 어드저스터블(WRENCH ADJUSTABLE)'이다. 또 같은 종류의 공구라도 규격별로 사용처가 달라 이를 완전히 암기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고 한다.

 

"처음엔 제품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제품은 그 사용 목적에 맞게 최적화돼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데 규격이 맞지 않거나 쓰임이 다른 공구를 사용하면 추락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됐고,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공구에 대한 지식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그는 한 가지 당부를 덧붙였다. "유명 브랜드라고 꼭 좋은 공구는 아닙니다. 노하우가 부족한 젊은 세대일수록 브랜드에 의존하게 됩니다. 하지만 외국산보다 저렴하지만 품질이 뛰어난 국산 장비가 많습니다. 이를 알려주는 것도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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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산업1부장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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