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500명, 신임사장 평균 나이 51세, 최연소 40세 사장, 38세 임원."
지난 3일 삼성 사장단 인사(승진 11명)와 이어진 8일 임원인사(승진 490명)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던진 두 마디가 삼성 인사 전체에 녹아 있다. '젊음'과 '폭 넓은 인사'가 그것이다. 이 회장이 '공항경영'이라고 불리는 김포공항 출입국장에서의 발언은 이번 인사의 핵심이었다.
그 핵심에는 삼성이 IMF 이후 10여년간 지속해온 경영기조의 변화가 내포돼 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1992년 D램 세계 1위를 하면서부터 안방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의 첫 출발을 했고, 1993년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신경영'을 시작으로 1997년까지 발빠른 성장을 해왔다.
IMF를 거치면서 위기를 관리하는 '관리의 삼성'으로 탄탄한 기반을 다졌고, 그 중심 에는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고문 등 재무라인이 자리잡고 있었다. 올해 삼성 인사는 10여 년간의 '관리의 삼성'에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기획의 삼성' 시대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이 '10년 후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신사업추진단'을 만들고, 최근 미래전 략실을 신설해 그룹의 미래 사업을 찾는 것도 시대의 변화를 말하는 대목이다. 그 수장 자리에 기획통인 김순택 실장(부회장)을 앉힌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재무가 '자금'을 조이고 관리하는 역할이라며, 기획은 일을 만들고 자금을 쓰는 일 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기획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현 시점에 이 회장이 인사에서 기획통들을 요직에 앉힌 이유는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또 하나는 나이와 성별, 국적을 묻지 않고 '성과에 인사 있다'는 삼성의 인사원칙이 돋보이는 인사였다는 평이다. 특히 젊은 인재 등용을 통해 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것도 이번 인사의 포인트다.
이 회장은 항상 창조적 발상을 강조해왔고, 창의적 디자인을 통해 삼성 휴대폰과 TV 부문에서 성과를 올린 젊은 인재들에 대해 격식을 파괴한 파격적 승진 인사를 단행 했다. 그동안 삼성의 성장 밑바탕에는 'S'급 인재로 대변되는 '스타' 만들기가 주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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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내거나, 낼 수 있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인센티브와 승진기회를 주고 있다. 승진 연한을 4년을 건너 뛴 38세 임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인사는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해 치열한 경쟁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사상 최대인 490명의 승진인사를 통해 삼성 임원수가 18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CEO까지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은 3% 미만이다.
CEO 후보군을 튼튼히 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삼성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게 이번 인사의 뜻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겸 제일기획 부사장 등 3자녀를 승진시킴으로써 이들이 제대로 된 경영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 회장이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점도 이번 인사의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