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2차 대출확인서 '반전카드' 될까?

현대그룹 2차 대출확인서 '반전카드' 될까?

서명훈 기자, 신수영, 기성훈
2010.12.14 17:25

의혹 해소 여전히 2% 부족… 현대그룹 "M&A 다음 절차 진행해야"

현대그룹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1조2000억원에 대한 2차 대출확인서를 제출함에 따라 변수가 또 하나 늘었다. 가뜩이나 복잡한현대건설(173,000원 ▼2,400 -1.37%)인수전 방정식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 지는 현재 시점에서는 예단이 어렵다.

하지만 2차 대출확인서로도 제기된 의혹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다. 특히 대출계약서나 텀시트(Term Sheet)를 제출해 달라는 채권단의 요구와도 동떨어진 것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오는 15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소집, 현대그룹이 제출한 2차 대출확인서의 내용과 법률적 검토 등을 거쳐 입장을 조율할 계획이다. 채권단의 최종 입장을 정할 주주협의회는 다음 주중에 열릴 전망이다.

◇2차 대출확인서, 의혹 해소 여전히 2% 부족

현대그룹이 제출한 2차 대출확인서는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고 대출금 역시 현대상선 계좌에 그대로 들어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대그룹이 나티시스은행 계열사인 넥스젠캐피탈에 담보를 제공하고 넥스젠캐피탈이 다시 나티시스에 대출보증을 섰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인 셈이다.

현대그룹은 잔고증명서가 불법적인 가장납입에 해당한다는 의혹도 이번 2차 대출확인서로 모두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출확인서가 법적 효력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차 대출확인서를 보면 말 그대로 현대그룹이 요청한 내용에 대해서만 나티시스가 확인해 준 것이다. 현대그룹이 확인을 요청하지 않는 내용이 실제 계약에는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특히 현대그룹과 나티시스은행이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를 끼고 대출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어 확인서만으로는 부족하다. 1차 대출확인서 서명자인 제롬 비에(Jerome Biet)와 프랑소와 로베이(Francois Robey)는 넥스젠 캐피탈과 넥스젠 재보험의 등기 이사이면서, 자회사인 나티시스 기업솔루션 파리지점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이사(Director)를 겸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는 장외파생상품 전문 운용사다.

이 때문에 2차 대출확인서의 발급자가 누구인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동일인물이라면 1차 대출확인서와 같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 현대그룹은 이에 대해 나티시스은행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직책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금융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대출계약서를 요구한 것은 각종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 대출계약 전반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라며 “현대그룹이 내놓은 답안지는 출제의도를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그룹 "할만큼 했다"

현대그룹은 이번 2차 대출확인서로 모든 의혹이 해소된 만큼 실사 등 예정된 현대건설 인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번 2차 대출확인서로 그간 넥스젠 등 제3자가 나티시스 은행에 담보제공, 보증 등의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게 입증됐다"며 "채권단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정상적으로 나머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채권단이 요구한 텀 시트(Term Sheet:세부계약 조건을 담은 문서)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는 관례에 벗어난 무리한 요구여서 들어줄 수 없고 대안으로 제시한 텀 시트 역시 제출할 수 없다는 것. 채권단 요구를 거절한 것은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당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이번 현대건설 M&A 과정이 관례를 벗어났다는 점에도 유감을 나타낸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소명으로 제기된 의혹은 대부분 해소됐고 자금출처에 대한 문제는 M&A 계약체결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현대그룹이 제때 매각 대금을 납입하지 못했을 때 따져 봐야할 사안이지 벌써부터 모든 내용을 밝히라는 것은 M&A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채권단도 대출계약서 및 그 부속서류 제출 요구의 불법성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출요구서류를 변경한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적자금의 회수는 발생이 불확실한 승자의 저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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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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