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로 국내시장에 첫 출시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캡티바'는 야누스적 매력을 가진 차다.
공격적인 전면부 디자인과 오프로드도 거침없이 내달을 듯한 동력 성능에서는 터프한 '짐승남'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날렵하게 빠진 측면 디자인과 가솔린 세단에 버금가는 정숙성을 떠올려 보면 영락없는 '도시남자'다. 한마디로 '슬림한 수트에 나비넥타이를 멘 짐승남'이다.
상반된 이미지가 잘못 뒤엉키면 비호감일 테지만 캡티바의 '야성'과 '세련'이 주는 앙상블은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캡티바(Captiva)라는 모델명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시선을 잡아끈다는 뜻의 '캡쳐(capture)'에서 따온 신조어다.
'두 얼굴의 사나이' 캡티바를 5일 만났다. 첫 인상은 강렬하다. 쉐보레 특유의 전면부 듀얼 메쉬 그릴은 쉐보레 브랜드로 앞서 출시된 올란도와 아베오 보다 한층 커져 공격적 느낌이 배가됐다. 동급 최대 사이즈인 19인치 알로이휠(선택사양)은 우람한 느낌을 더한다.
하지만 측면 실루엣은 영락없는 '도심형' SUV의 그것이다. 주행 중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사이드 에어 벤트'는 차량 측면에 날렵한 포인트를 준다. 후미등으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숄더 라인은 스포티한 상승감을 준다.
상반된 느낌을 받으며 운전석에 올라탔다. 디젤엔진 특유의 우렁차고 육중한 시동음이 들리며 만만찮은 기세로 내달릴 것을 예고한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놓자 조금 굼뜨게 움직이는 듯 하더니 이내 거침없이 앞으로 튀어나간다. 가속력은 중소형 세단 못지않게 빠르지만 느낌은 다르다. 오프로드에서 속력을 내도 무방할 만큼 묵직하고 안정감 있는 가속감이다.
등판능력도 발군이다. 시승코스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경기도 남양주 영화촬영지에 이르는 약 40km 구간이었다. 영화촬영지에 접어들어 크고 작은 고갯길을 만났지만 공차중량 1905kg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가볍게 길을 올라섰다.
이날 시승차에는 2.2 리터 VCDi 유로5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고압 커먼레일 연료분사 시스템과 첨단 가변 인터쿨러 터보차저를 적용해 최고출력 184마력과 최대토크 40.8 kg.m의 힘을 뿜어낸다. 제원보다 가속과 등판능력이 탁월하게 느껴지는 것은 최대 토크가 2500rpm 대 에서 빠르게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남성적인 호쾌한 달리기 성능을 보이지만 정숙성은 세단 못지않았다. 가솔린 엔진이라 해도 믿을 만큼 디젤 특유의 엔진 소음은 주행 중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엔진 소음을 잡기위해 연료분사 방식을 개선하고 엔진 튜닝 소스도 모두 변경됐다. 차음유리을 채택하고 도어트림 및 센터콘솔 등 차량 전반에 어쿠스틱 패키지를 적용해 차량 내외부 소음도 대폭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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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캡티바의 '야누스적 매력'에는 사연이 있다.
'형님모델' 격인 윈스톰은 터프하고 시원한 달리기 성능에도 불구하고 심한 소음 문제로 늘 구설수에 올랐다. 핸들을 돌릴 때 마다 차량 바닥에서 들리는 잡소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소비자들의 지적이 잦아지자 판매도 급감했다. 2009년 매달 1000대 이상 팔리던 윈스톰은 1년 만에 월간 판매량이 600대 안팎으로 떨어졌으며 결국 지난해 말 단종됐다.
이 같은 아픔을 딛고 탄생한 모델이 캡티바다. 안쿠시 오로라 한국GM 판매·마케팅 부사장은 "캡티바는 윈스톰이 아니다"며 "고객들의 지적을 반영해 정숙성을 강화했으며 디자인도 개선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캡티바지만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원한 직진성능에 비해 코너링은 다소 굼뜬 느낌이다. 곡선주로에서의 쏠림 현상도 느껴졌다. 하지만 모두 일곱 명까지 태울 수 있는 SUV가 날렵한 코너링 성능까지 갖추기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