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경기 하남. 고 정주영 회장 10주기 추모행사에서 현대아산 직원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를 직전에 본 게 2005년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7주년 기념행사 때였으니 5년이 훌쩍 지났다. 현장취재를 해야 하는 탓에 안부를 묻는 선에서 대화를 끝냈으나 아쉬움이 컸다.
그 직원을 20여일이 지난 뒤 다시 떠올리게 됐다. 북한이 지난 주말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게 계기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한 이후 오늘날까지 대북사업 '유산'을 물려받은 현대로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법했다.
정작 현대는 의외로 담담했다. 북한이 현대나 남측 당국이 아닌 중국의 여행사를 통해 금강산사업을 벌이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해석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일각에선 이미 예상한 수순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물론 현대는 사업파트너인 북한을 두고 이렇게 말을 못한다.
2008년 국내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북한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은 좌초했다. 오는 8월이면 만 3년째다. 현 정부가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당시 사건은 오늘날까지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자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관광객을 보내는 정권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멀쩡한 민간인을 조준사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음에도 어떠한 사과 없이 관광객을 다시 보내라고 하는 곳도 북한밖에 없다.
북한은 대신 금강산 내 현대 자산과 개성공단 내 국내 기업들의 자산도 몰취하겠다고 협박하고 서해안에서 군사적 도발을 강행했다. 대화보다는 협박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무슨 일이든 잘잘못에 대한 사과가 없으면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기 어렵다. 협박으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들면 관계는 더 험악해지기 마련이다. 사과할 당사자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사과받을 사람도 너그러워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