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28일 자신의 발언이 실린 '뉴스위크 일본판(3월29일자, 22일 발행)'의 내용을 보고 당황했다.
'호조 삼성의 한계, 미움 받는 삼성'(부제: 업적은 톱클래스, 세계적 지명도도 높아..그럼에도 삼성은 왜 한국에서 공격받는가?)'이라는 '뉴스위크 일본판' 커버스토리에 실린 자신의 발언이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왜곡됐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꼬리 자르기'(앞부분의 설명만 인용하고 핵심적으로 말하는 뒷부분은 잘라내는 편집)에 당했다는 것.
'삼성에 대한 저주'라고 요약할수 있는 29일자 뉴스위크 일본판 커버스토리는 한국기업에 밀려 세계1위의 자리를 속속 내주고 있는 일본 기업과 일본인들의 불편한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문제와 노동문제, 정치권과의 문제를 지적하는 형식을 취한 기사는 사실 관계 자체를 '입맛'에 맞게 비틀어 놓았다. 한국인의 입을 빌어 한국 대표기업을 비난한 기사 곳곳에 사실 왜곡들이 눈에 띈다.
◇엘피다가 망한 게 삼성 때문?=뉴스위크는 일본 유일의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가 올 2월에 파산한 것도 삼성의 존재가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떨어뜨린 삼성에 급속도로 점유율을 빼앗겼다며, 엘피다의 파산을 삼성에 원인을 두고 있다.
기술혁신에 실패한 때문이고, 적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못해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뒤진 일본 기업의 경영실패를 지적하는 대목은 없다.
또 GM이나 소니, 도요타는 미국이나 일본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이렇게 국민의 반감을 사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2차 대전 '전쟁의 피'로 성장한 일본 기업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본인들의 국수주의적 성향에는 눈을 감고 있다.
◇발언의 왜곡들=이 주간지는 일부 야당의 재벌해체론을 인용하면서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의 멘트를 달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친기업 정책 연구소로 통한다. 이 주간지에 실린 황인학 실장의 멘트는 아래와 같다.
"(한국에서)재벌에의 반감이 높아지며, 여야당 쌍방향이 규제를 주장하기 시작했다".(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진행되는 이같은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대목)
독자들의 PICK!
"정부의 기업정책이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삼성뿐만 아닌 모든 재벌이 지금까지 없었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가 정치적 이해를 떠나 올바른 기업정책을 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
정치권의 반기업 정책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취재원의 말에서 뒷부분은 빼고 "재벌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삼성의 이익 독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내달았다.
머니투데이와 통화한 황 실장은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포퓰리즘 정책이 만연하면서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는 문제라고 지적한 것을 왜곡했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유착관계를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이 주간지는 "당시 특별사면에 대해 인터뷰한 이건희는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며 얼버무렸다"고 지적하고, 국민들은 재벌 톱과 정권의 유착을 생생히 목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당시 발언은 특별사면 인터뷰가 아니라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였다.
당시 질문을 한 기자로서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호암 탄생 100주년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날 텐데, 선친께서 하신 말씀 중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모두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하신 아버님의 말씀이 기억난다)"고 답했다. 이 주간지의 얘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삼성의 사훈 마음대로..광고 정책도 입맛대로 해석=이 주간지는 "삼성에는 '회사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사훈이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종업원에게 삼성이 안주의 땅이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삼성에는 '회사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사훈이 없다. 이는 광고 카피다. 광고 카피의 의미도 '삼성제품'이 일반 가정에서 또 하나의 가족처럼 함께 하기를 빈다는 뜻이다. 또 계열사에는 노조가 없으며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해고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삼성에는 삼성생명, 삼성증권, 에스원, 삼성정밀화학 등 7개 계열사에 노조가 있으며, 전 계열사에 노사협의회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복수 노조도 생겼다.
또 1990년대 삼성그룹 광고인 "넘버2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라는 광고문구를 예로 들면서 "오만한 인상을 주어서인지 이 광고는 혹평을 받고 바로 교체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광고가 나갈 당시 삼성이 세계 1위를 한 제품이 거의 없었고, 세계 1위를 향해 달려가자는 의지의 메시지로 '달 착륙 암스트롱', '전화기 개발 그레험 벨' 등 수많은 광고 시리즈가 '왜곡된 보도'와 달리 큰 인기를 끌었었다.
개발프로젝트를 위해 2~3개월 회사에 숙박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혹독한 노동환경으로 알려져 있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삼성 측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에 대한 저주'라고밖에 요약할수 없는 뉴스위크 일본판 커버스토리는 한국기업에 밀려 세계1위의 자리를 속속 내주고 있는 일본 기업과 일본인들의 편협한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