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재계 차세대 리더의 조건

[광화문]재계 차세대 리더의 조건

오동희 산업1부 부장(재계팀장)
2012.06.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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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에서는 창업 3~4세대가 경영전면에 부상하는 것이 관심꺼리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등 수많은 차세대들이 경영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향후 5~10년 내에 이뤄질 주요 그룹들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최근 들어서는 이들의 경영성과를 두고, 경영권 승계의 기준으로 삼는 얘기들도 나온다.

과연 차세대 리더의 조건을 따질 때 수치화된 단순한 데이터가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창업자와 함께 세계 경제 전장에서 기업을 키워왔던 2세대 경영인과 달리 안정적 기반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적'이라는 보이는 기준보다는 더 큰 보이지 않는 기준이 필요할 듯하다.

훌륭한 인재를 가려내는 '용인술'과,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판단하는 '시비이해의 결단력', 항상 겸손하되 내면적 강함을 지닌 '목계지덕'이 차세대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닐까한다.

자고로 '장군은 전장에서 총을 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장수가 자기 앞으로 달려오는 적을 쏘는 데 정신이 팔려 정작 전체 대열이 흐트러지고, 적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두지휘하는 장수 앞으로 달려오는 적은 그 앞에서 장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병사에게 맡기는 게 전체가 사는 길이다.

장수는 사람을 볼 줄 알고, 적재적소에 이를 배치하고 활용하는 용인술(用人術)에 능해야 하고, 이는 차세대 리더의 첫 번째 덕목일 듯하다. 조선 최고 성군인 세종대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아래 황희나 맹사성 등의 훌륭한 인재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런 인재를 볼 줄 아는 세종의 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둘째는 '시비(옳고 그름)'와 '이해(이롭고 해로움)' 과정에서의 결단력이다. 다산 정약용은 아들 학연이 자신을 귀양 보낸 사람들에게 머리 숙여 안위를 꾀하기를 청하자 '시비(是非)의 저울'과 '이해(利害)의 저울'을 예로 들어 아들을 훈계했다.

다산은 세상에 있는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등급이 생겨난다며, 첫 번째는 '시이리(是而利)'로 옳은 일을 해 결과도 이롭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시이해(是而害)'로 옳은 일을 하고 해를 입는 경우, 세 번째는 '비이리(非而利)'로 그른 일을 해서 이득을 보는 경우, 네 번째는 '비이해(非而害)'로 그른 일을 하다가 해를 본 경우라고 예를 들었다.

다산은 첫 번째는 드물고, 두 번째는 사람들이 별로 하기를 원치 않고, 세 번째라도 하려다가 꼭 네 번째가 되고 마는 것이 세상일이라며, 세상을 살아갈 때는 두번째와 세번째의 갈등에서 두번째를 선택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리더들이 기업을 이끌어 가는 과정에는 언제든 위기와 기회가 반복적으로 다가온다.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기회를 잡을 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시비와 이해의 갈등에 접어들 수 있고 이 때 리더의 '판단력'이 중요하다. 시이해의 상황에서 과감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덕목을 기를 필요가 있다.

끝으로 목계지덕(木鷄之德)이다. 장자의 달생편에 나오는 중국 주나라 선왕의 닭싸움에서 유래된 내면의 위엄과 겸손 속의 카리스마가 차세대 리더들이 갖춰야 할 덕목일 듯하다.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이 상대의 위협에도 흔들림이 없고, 자신의 힘에도 교만하지 않으며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누르고, 주위의 소리에 늘 귀 기울이면서도 평정심과 평온함을 유지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대교체의 과정에는 항상 리스크가 존재한다. 성공적인 연착륙을 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되지 못할 경우에는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이들을 부정한다고 해서 부정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닐뿐더러 '한국호'의 올바른 순항을 위해서는 이들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국민들이 이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알려주고,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을 잡아주는 것이 미래 한국을 위한 일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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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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