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2금융까지?...외국에 다 내줘야 할 판

금산분리, 2금융까지?...외국에 다 내줘야 할 판

오동희 기자
2012.08.14 07:47

[브레이크 없는 반기업정책③]

은행과 산업을 분리하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에서 더 나아가 제2금융권(보험, 증권, 카드 등)과 산업을 분리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산 분리는 은행법상 대기업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로 제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2금융권이 제조업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제조업체의 2금융권 지분 보유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금융계열사가 대주주나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는 경우 해당 금융사를 대기업집단에서 분리시키는 '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도를 통해 대기업집단이 금융과 산업부문을 동시에 경영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14일 서울 여의도연구소에서 금산분리 강화 내용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앞서 대기업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노무현정부 시절 수준인 4%로 재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금산분리 강화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 안보다 더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금산분리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금융 및 산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삼성은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제조업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를, 한화는 대한생명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법 개정지연으로 지분제한에 묶여 있는 일반지주회사 SK그룹의 SK증권까지도 매각 대상이 돼 국내 산업전체를 뿔뿔이 흩어놓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게 재계와 학계 일각의 우려이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기반이 됐던 안정적인 지배구조 전체를 흔들어 삼성전자나 현대차, SK증권 등을 외국계 자본에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내 일부 의원들은 대기업 계열사를 제조와 금융 소그룹 체제로 분리하고 지주회사가 이를 지배하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법 체계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방안이어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에는 없는 제2금융권 금산분리

제 2금융권 회사들에 대한 주식소유 제한은 전세계적으로 도입 사례가 없는 강력한 규제수단이다.

미국은 은행을 제외한 다른 금융기관에 대한 소유규제는 없고, 보험지주회사 및 IB 지주회사 등 다양한 금융-산업 융합그룹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산업자본인 GE가 GE캐피탈 등을 운영하면서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하는가 하면, 반대로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험지주회사로서 산업자회사를 두고 있다.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관리를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게 관리하고, 감독하는 취지다.

유럽은 알리안츠 그룹이나 ING그룹, 발렌베리 가문 등이 보험지주사나 금융지주사를 통해 산업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는 보험사의 경우 동일회사나 계열사의 주식을 15% 이상 취득할 수 없고, 투신사는 20%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자산운용을규제하고 있다. 특히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사는 비금융계열사의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거나, 5% 이상 보유하고 실질적인 지배를 할 경우 금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또 계열사 지분을 합해 15%를 넘을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산법을 완화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더 규제한다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낮추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저축은행 사태에서 일부 대주주들이 고객의 자산을 사금고처럼 활용한 사례를 들어 보험, 증권, 카드업에 대한 산업자본의 소유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의 경우 계열사 출자는 자기자본(고객의 위탁금인 타인자본이 아닌 기업 소유자가 출자한 자본과 기업 내부 적립금 등)의 60% 이내에서, 대출은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이 보험사의 고객 돈을 '사금고'화 할 수 없도록 이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것.

은행도 현재 9%까지 지분보유를 허용하고 있으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 당국의 적격성 심사 등을 통과해야 하는 등 철저한 관리감독의 틀 안에 놓여 있고, 이를 어길 경우 대주주까지 처벌받는 상황에서 부당 지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특히 기업이 90% 가량은 주식이나 채권 등 직접 조달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은행들이 서로 대출고객을 유치하려는 상황에서 계열 금융기관의 고객 돈을 빼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외국 금융자본의 한국 지배 가속화

현재 시중은행 중 SC제일은행과 시티은행은 해외자본에 넘어갔고, 신한, 국민, 하나은행은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어선 상황이다. 은행에 대한 국내 산업자본의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비은행까지 금산분리가 강화되면 보험, 증권, 카드업도 외국인 주인이 들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동남아 보험시장은 영미계 보험사가 장악한 상황이다. 국내에 진출한 ING, 메트라이프, 알리안츠 등 9개사의 시장점유율이 19% 정도로 국내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이들 외국계의 한국 시장장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취약한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가 오히려 저축은행과 같은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독일은 2010년 산업자본인 지멘스의 은행설립을 허가했다"며 "글로벌 경쟁상황에서 보험이나 증권 등 비은행 분야는 오히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시너지를 추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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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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