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반기업정책 (4)] 29개 그룹 직간접 영향권..."이미 금융업법 규제"
"2금융까지 금산분리가 적용되면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경영권이 바뀔 경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할 텐데요. 직원들의 불안은 차치하고, 상장회사라면 주가하락의 빌미가 될 거에요. 그에 따른 피해는 누가 보상합니까."(A보험사 임원)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14일 조찬에서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경제개혁연구소 소장)를 초청해 금산분리 방안을 논의한데 대해 금융계는 금융계 현실을 얼마나 알고 논의하는지 불안해했다. 금융산업의 판도를 바꿀 규제들인데도 기초적인 현실조차 제대로 검토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는 반응이다.
김 교수는 이날 17명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금산분리의 논거와 정책방향'을 주제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번 모임에서 김 교수는 △'은행에 대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소유한도'를 원상 복귀시키고, △비은행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지배를 금지하는 한편, △대주주에 대한 동태적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국내 계열사에 대한 금융보험 회사의 의결권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의 발제는 정치권의 금산분리 논의의 기초 자료가 되고있어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번 모임의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 현대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KT 한화, 롯데 등 29개 그룹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대 사안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금융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규제에 대한 논거 치고는 너무도 빈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는 어정쩡해서 4%로 바꿔야?= 시중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소유한도를 4%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과 함께 그 근거로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가 더 이상 정책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어정쩡한 9% 한도를 방치할 이유가 없다"는 게 규제 강화의 이유였다. 9%가 왜 어정쩡한 지, 왜 더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김 교수는 "현재 산업자본이 은행 자본을 9%까지만 소유토록 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는 한편, 유지의 의무와 주기적인 적격 심사 등이 잘 돼 있다"면서도 이를 개정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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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돈 마음대로 계열사 지배한다고?=김 교수는 또 국내 계열사에 대한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수일가가 본인들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고객자산을 이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현재 각종 금융업법에도 많은 규제가 이미 있다. 보험업법에는 보험사의 경우 계열사 출자는 자기자본(고객의 위탁금인 타인자본이 아닌 기업 소유자가 출자한 자본과 기업 내부 적립금 등)의 60% 이내에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또는 총자산의 3% 이내에서만 타 회사 출자가 가능하다. 고객 돈으로 마음대로 계열사 주식을 살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계열사 대출도 고객 돈이 아닌 자기자본의 40% 이내에서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이 보험사의 고객 돈을 '사금고'화해 마음대로 계열사 지배력을 늘리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결권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를 보유해 자기자본 및 총자산 규정에 따라 삼성의 다른 계열사 지분을 더 인수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른 그룹의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보험업법의 엄격한 규정에서 출자는 물론 전체 보유 지분의 15% 이내에서 임원 선임 등 제한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저축은행은 동태적 심사가 있어서 '비리' 생겼나?= 이번 모임 논의에서는 또 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업권(보험, 증권, 카드)에 걸쳐 대주주 자격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주기적 적격성 심사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2 금융권의 경우 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주기적인 심사가 없다며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현재 은행은 6개월마다, 저축은행은 2년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주주가 횡령 등 불법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적격성 심사를 하는데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대기업들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며 "저축은행은 적격성 심사가 있어서 이번과 같은 '저축은행 비리'가 대규모로 일어났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모임에 참석한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디지털정당위원장)은 "오늘은 지극히 김 교수의 개인적인 발제였다"며 "그 발제를 우리가 처음 듣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 간에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기본적으로 보험회사가 기업을 소유하는 구조가 반대 입장에서 보면 그게 꼭 회사에 피해를 줬느냐는 등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질문들도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