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넥슨 독주에 대한 우려

[더벨]넥슨 독주에 대한 우려

이승연 기자
2012.08.29 10:47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8월27일(08:10)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게임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넥슨과엔씨소프트(270,500원 ▼7,000 -2.52%)의 합병이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연성계(連星系)를 이뤄왔던 두 기업의 빅딜은 국내 산업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업계와 언론은 합병으로 인한 수혜자를 가려내기 시작했고, 대부분 엔씨소프트보다 넥슨의 손을 들어줬다. 그들의 예상대로 엔씨소프트가 각종 구설에 휘말리는 사이, 넥슨은 승승장구했다.

두 회사의 상반된 분위기는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넥슨 일본법인의 2분기 영업이익은 15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매출은 3281억 원, 순이익은 97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2%, 32% 늘었다. 사상 최대실적이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1468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4%늘었지만, 희망 퇴직 급여 등 일시적인 인건비 반영으로 영업손실 76억 원, 당기순손실 73억 원을 기록했다.

굳이 숫자로 보지 않더라도, 이미 규모·자금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춘 넥슨은 엔씨소프트까지 품게 되면서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서 규모의 경제효과를 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그야말로 넥슨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그런데 시장은 기대보다 우려를 표하고 있다. 넥슨의 독주가 독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넥슨의 포식자 이미지가 한몫 거들었다.

넥슨은 그동안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라기 보다 인수합병(M&A)을 잘 해 성공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넥슨의 대표작 '메이플스토리'는 위젯이라는 소형 개발사가 만들었고, '던전앤파이터'는 허민 위메이크프라이스 대표가 만든 네오플에서 개발했다. '서든어택' 역시 게임하이가 개발한 작품이다. 넥슨은 이처럼 훌륭한 개발사들을 모두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시중에 공개되는 게임의 상당 부분은 넥슨이 제작했거나, 넥슨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게임사가 만든 것이다.

넥슨의 독주가 가속화되면, 중소형 개발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넥슨의 입맛에 들어맞는 게임만을 제작할 것이다. '성은'을 받지 못한 개발사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넥슨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장될 수 있다. 결국 게임산업 전체가 넥슨에 의해 좌우될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넥슨의 독주를 견제하거나 제어할만한 장치가 국내에는 없다. 게임산업은 다른 산업의 규모와 지배력에 밀려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넥슨은 넥슨재팬으로 상장한 일본시장과 달리 국내에서는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업계를 장악한 기업이 생태계를 조성해 키워가기보다 어떠한 방식으로 주도권을 가져갈지에 몰두하는 것은 당연한 기업논리다. '참여'와 '개방'의 가치를 지닌 산업 생태계는 '사실상의 독점'에 의해 가장 폐쇄적인 환경으로 변형될 수 있다. 넥슨의 독주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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