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40명으로 세계 1위 '도제시스템'이 뭐지?

직원 140명으로 세계 1위 '도제시스템'이 뭐지?

비터펠트볼펜(독일)=류지민 기자
2013.07.03 09:45

[창간기획;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3부 2-2>인턴기간 3년 지나면 정식채용

독일의 수도, 베를린으로부터 남서쪽으로 150㎞ 정도 떨어진 작센안할트주. 구(舊) 동독시절 산업화가 가장 앞섰던 지역이지만 아우토반(속도무제한 고속도로)을 달리다 보면 공장보다 오히려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이곳이 과연 산업단지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쯤 비터펠트-볼펜시에 도착한다. 각종 플라스틱 카드에 사용되는 친환경 필름을 생산하는 '폴린베르크(Folienwerk)'가 있는 곳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독특한 광경이 시선을 잡아끈다. 나이 지긋한 근로자와 아직 앳된 표정이 남아 있는 청년이 함께 짝을 이뤄 일을 하고 있다. 폴린베르크가 자랑하는 '도제시스템'의 현장이다.

총 직원이 140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지만 신용카드용 필름 생산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폴린베르크의 경영 비결이 바로 도제시스템. 학생으로 보인 청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온 인턴직원. 숙련공에게 작업의 각종 노하우를 현장에서 배우는 중이었다.

폴린베르크에서는 각자의 적성과 특기를 고려해 부서배치를 받고 나면 3년간 근무하게 된다. 인턴을 몇 개월 잠깐 거쳐 가는 것으로, 취업준비생들의 '스펙 쌓기' 도구가 돼 버린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인턴직원은 부서에 배치 받은 뒤 해당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 한 명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는다. '멘토'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업무상의 노하우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정서적인 조언을 주고받는 관계다.

물론 처음 배치된 부서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부서를 옮기기도 하고 아예 다른 길을 찾기도 한다. 인턴기간동안 앞으로 자신이 할 일을 미리 경험하고 적응의 시간을 갖는 셈이다. 이렇게 인턴기간을 무사히 마친 인턴사원은 대부분 정식직원으로 고용된다.

버카트 폴린베르크 대표는 "도제시스템은 일대일로 기술 훈련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제도(듀얼시스템)보다 효과적"이라며 "숙련공들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직접 전수해 준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굉장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제시스템이 단순히 근로자에게 유리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화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고급인력의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채용방식이기 때문이다.

공장을 돌아보던 중 버카트 대표는 한 직원을 가리키며 "저 직원은 생산된 필름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을 20년째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는 절대 발견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흠집을 한 번 쓱 살펴보고는 귀신같이 찾아 낸다"며 "기계로 할 수 없는 이런 영역의 기술과 노하우는 경험도 물론 필요하지만 일대일로 직접 전수해 주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도제시스템을 통해 채용된 직원은 3년 동안의 인턴기간을 거치면서 회사와 구성원들에 대한 소속감과 로열티가 높게 형성되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폴린베르크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20년에 가깝다. 채 10년이 되지 않는 국내 대기업의 평균 근속연수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이 문제가 되는 우리나라가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폴린베르크는 1994년에 설립됐다. 20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리딩 컴퍼니로 도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기술력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술력은 사람에서 나온다는 것을 믿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코 인력을 감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위기에 오히려 기회로 찾아온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불황이 찾아오면 시장 구매력이 떨어져 누구나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그 위기가 끝나고 난 뒤 앞으로 도약하는 것은 기존의 고급인력을 그대로 갖추고 있던 회사입니다. 그게 우리가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버가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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