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진을 차지하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할텐가?”
열차의 성자(聖子)가 던지는 질문에 반란의 리더는 대답하지 못한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서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은 사뭇 맹목적이다. 거침없이 ‘앞으로, 앞으로’를 외친다. 관객은 꼬리칸의 열악한 환경과 그들이 받는 처우, 멸시 등을 보고 그들의 반란에 심적 동조를 한다.
만약 중간칸 혹은 그 이상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어떨까. 아마 관객은 그들의 반란에 심적, 이성적 동의를 하지 못할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질지 모른다. 당위성 없는 투쟁과 파업이다.
지난 9일 현대자동차 노조는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13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가결되면 파업이 가능하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연봉이나 복지 등을 봤을 때 열차의 꼬리칸보다는 중간칸 혹은 그 이상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빵과 물’이 아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3만498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임금 인상 외에 대학 미진학 자녀에게 기술 취득 지원금 1000만원 지원, 40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 대해 금 56.25g(15돈)과 상여금 200% 지급, 30년 이상 근속자에 대한 자동차값 35% 할인 등을 요구했다. 총 75개 조항 108개의 항목이다.
노조는 "사측이 전혀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았고 일괄 제시안을 내라는 노조 요구에 아무런 입장도 없었다"며 "납득할 만한 안을 내놓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국내에서 현대차의 위상은 지난해와 다르다. 상반기 내수 판매는 0.8% 감소했다. 차량 누수 문제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내수 시장의 강세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현대차에 대한 국내 여론이 좋지 못하다. 그 사이 수입차는 점유율을 12%로 올렸다.
안팎으로 여러 위협요인이 있는 지금은 노사가 협력할 때다.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되찾고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바라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1994년, 2009~2011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파업을 벌였다. 경쟁업체인 토요타가 50년 가까이 파업을 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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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해마다 하는 관행이 아니다. 정당한 이유와 필요가 있을 때 최후로 선택하는 것이다. 파업으로 인해 더 큰 위기가 온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