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국 자동차시장을 염탐하다

유럽, 한국 자동차시장을 염탐하다

강기택 기자
2013.12.30 06:30

[우리가 보는 세상]

유럽이 한국 자동차시장을 '염탐'(?)하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등이 회원인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지난 2월 소리소문 없이 한국에 연락사무소를 냈다. 단 1명의 고문(어드바이저)을 둔 정도지만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관심 밖에 뒀던 한국시장의 동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 1~11월 유럽차 판매는 11만3345대로 전년 동기보다 25.7% 늘었다. 국가별 증가율은 △독일 25.3% △영국 27.2% △프랑스 26.2% △스웨덴 6.1% 등이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브랜드와 르노삼성이 수입한 'QM3'까지 더 하면 실제로는 더 많다.

물론 유럽브랜드에 한국시장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BMW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84만대 중 2만8152대, 미니 5927대 등 모두 3만4079대를 국내에서 팔아 한국비중이 1.85%에 불과하다. 폭스바겐 브랜드로 판매된 500만여대 중 한국에서 팔린 건 겨우 1만8395대다.

그러나 BMW '7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 최고급 차종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톱5' 시장 중 하나가 한국이다. 고가차량이 많이 팔리는 성장시장인 셈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개별소비세 인하, 한·유럽연합(EU) FTA에 따른 관세 인하 등이 유럽차에 기회가 될 수 있다.

ACEA로서도 현대·기아차 등 한국 완성차업체나 부품업체들의 움직임, 공정거래위원회의 트럭업체의 담합이나 콘티넨탈, 보쉬 등 부품업체들의 담합에 대한 제재와 수입차업체들의 불공정행위 조사 등 한국시장의 정보를 수집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ACEA가 단순히 정보 파악만 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어떤 식으로든 유로존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실제 유럽 자동차업계는 한국의 비관세장벽에 대한 대응책을 EU에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유럽 차업계의 CEO(최고경영자)들이 벨기에 브뤼셀의 EU본부에서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만났을 때 메신저 역할을 한 게 ACEA다. 당시 CEO들은 EU가 일본과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비관세장벽 문제를 교훈 삼아 EU의 관세인하와 일본의 비관세장벽 철폐를 연계해야 한다고 했다.

스티븐 오델 포드 유럽법인 대표는 한국정부가 비관세장벽을 두는 한 EU도 FTA에 규정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ACEA는 환경부의 저탄소협력금제도와 같은 비관세장벽에 대해 우리가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주시한다고 한다. 그런 만큼 국내 업계나 정책당국도 EU와 ACEA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 지피지기해서 불리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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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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