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선출에 6년 걸린 GE, 1박2일 걸린 포스코

CEO 선출에 6년 걸린 GE, 1박2일 걸린 포스코

양영권 기자
2014.01.19 16:40

[우리가보는세상]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지난 17일 출근을 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다. 포스코의 가장 시급한 것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존경받는 기업'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글로벌기업 GE를 떠올릴 것이다. GE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9년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7차례나 올랐다. 이후 애플과 구글 등 IT(정보기술)업체들의 선전으로 2010년 16위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11위로 회복되는 등 미국 투자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에게 여전히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기업 소유구조 면에서포스코(369,000원 ▲2,000 +0.54%)는 GE와 닮은 꼴이다. 둘 다 '주인 없는 회사'다. 아니 유력한 '주인'이 없는 기업이라는 말이 맞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90년 설립한 GE는 현재 각종 기관이 지분 60.53%를, 펀드가 26.26%를 각각 갖고 있다. 주식은 1대주주인 뱅가드그룹 지분이 4.85%에 불과할 정도로 분산돼 있다.

국영기업이던 포스코는 국민 다수에게 주식을 분산하는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가 이뤄졌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소액주주의 지분이 60.52%로 다수를 점한다.

반면 두 회사의 CEO 선출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제프리 이멜트 현 GE 회장은 2001년부터 잭 웰치 전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회사의 경영을 책임진다. 잭 웰치는 그 6년 전인 95년 심장수술을 받은 뒤부터 주도면밀하게 후임자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웰치는 97년 이멜트 외에도 제임스 멕너니, 로버트 나델리 등에게 계열사 경영을 맡기며 경쟁을 시켰다. 이같은 혹독한 시험을 거쳐 선택을 받은 이가 이멜트 회장이다. 이멜트가 GE 회장으로 내정됐을 때 주주와 투자자들은 그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고, 그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GE가 이멜트 회장 취임 후에도 '존경받는 기업' 자리에 올라 있는 것을 보면 이 같은 수장 승계 과정에 나쁜 점수를 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권오준 회장 내정자의 경우 지난 15일 임시이사회가 끝날 때까지 그가 포스코를 이끌 후보가 될지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로부터 회장 내정자가 확정되기까지는 1박2일이 걸렸다. 언론은 그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홍보전문가인 그의 동생을 찾아야 했다.

기업 역사에서 포스코와 GE는 정치권 영향력을 포함해 조건이 사뭇 다르다. 하지만 18만명 넘는 포스코의 주주들이 회장 후보를 낙점한 사외이사 6명의 안목만을 믿고 따라야 하는 현실은 포스코의 앞날에 불투명성을 더한다.

"공부해 봐서 좋은 안을 만들겠다." "닦아야죠." 철강산업 경쟁력을 올릴 복안이 뭐냐는 기자들의 두 번째 질문, "경영인으로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세번째 질문에 각각 권 내정자가 한 대답이다.

겸양적인, 혹은 형식적인 대답일 수 있겠지만 경쟁력 확보 방안을 '공부'를 한 뒤 도출해내고, 경영인으로서 자질 또한 이제부터 '닦아나가야' 한다는 얘기라면 큰일이다. 우리 철강업계와 포스코가 처한 현실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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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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