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잊지 않겠습니다, 4·16"

[광화문] "잊지 않겠습니다, 4·16"

정희경 산업1부장(부국장)
2014.05.16 06:46

실낱처럼 잡고 있었던 작은 희망도, 기적도 이뤄지지 않았다. "생존자가 있다면 1분1초가 급하다"는 대통령의 독려에도 군사작전과 같은 시도는 해보지 못한 채 세월호에서 단 1명의 앳된 생명을 더 구해내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의 간절한 기원이 하늘에 닿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운 지난 한 달, 시시각각 전해진 진도발 뉴스는 가슴만 더욱 먹먹하게 만들 뿐이었다. 구조를 기다리며 "대기하라"는 안내를 충실히 따른 학생들을 내버려 둔 채 달아난 선장, 출동 후 선실에 갇힌 승객에게 손도 써보지 못한 해경…. 도대체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들이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감당하기 힘겨워 뉴스를 애써 멀리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객선 운항 관리·감독은 차치하고라도 침몰 순간 이후 대처나 수습 과정만으로 선진국이라 내세운 2014년 한국의 무기력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빈곤탈출을 위한 압축성장 과정에 가려진 부조리가 낱낱이 확인된 지난 한 달은 체감시계로는 수 년이 흐른 것 같은 고통의 순간이었다. 참사의 근본원인이 연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에서 지적한, '편법과 탈법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온 결과중심주의'나 박근혜 대통령이 진단한, 정부와 업계의 유착관계 등 고질적 집단주의 혹은 과거로부터 쌓인 적폐를 바로잡지 못한 점이라고 탓해봐도 어처구니 없는 희생에 "미안합니다"만 되뇌게 된다.

그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비탄을 넘어 4·16이 한국을 '안전한 세상'으로 바꿔놓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해야 하는데 간단치 않은 과제다. 이를 위해선 세월호 출항부터 사고 수습까지 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참회록을 쓰듯 가감 없이, 그리고 고통스럽게 기록해 사고를 잊지 않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선장이나 선원, 승객의 안전은 뒷전에 두고 돈벌이에 급급한 해운사, '관계'를 고려해 감독을 소홀히 한 관리나 보신주의에 빠진 책임자를 법정 최고형으로 단죄하고 나면 사고도 점차 잊혀질 것이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관심이 한 달을 좀처럼 넘기지 못한 게 그간 우리 현실이었다.

이른바 정파적인 이해를 내려놓는 노력도 절실하다. 국민 안전 문제는 국가적인 사안이고, 이번 참사는 한국의 침몰에 다름 아니다. 헌법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소모적인, 정치적 공방이 지속되다 사고의 본질이 희석된 채 희생양만 찾고 끝내는 행태가 과거 비일비재했다.

더구나 정치권에 안보나 교육, 복지 등과 관련한 국가적인 어젠다를 초당적으로 다룰 논의기구조차 없는 상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 100년은 아니더라도 최소 10, 20년 동안 정권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틀'을 이끌어낸다면 4·16 희생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다소 덜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안전에 대한 추가 투자를 위해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긴요하다. 보다 안전한 나라, 아니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국가를 만들려면 재난 지휘체계를 개조하고 선박을 포함한 대중 교통수단의 안전 기준을 높이는 한편 노후화된 인프라도 전면 재점검해야 하는 데 이 모두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예산지출의 우선순위를 안전으로 재조정하면 재원 축소로 타격을 받는 분야가 생겨날 수 있고, 종국적으로 국민의 세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숨김없이 풀어내지 않는 한 국민의 '동의'를 얻긴 쉽지 않다. 무고한 영혼에게 1년 뒤 1%의 변화라도 고하려면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부터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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