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정도전과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분배

[광화문]정도전과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분배

오동희 기자
2014.06.04 06:41

예나 지금이나 분배 정의(正義)는 시대적 관심사다.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 사회주의냐는 정치제도부터가 사회적 자산을 어떻게 나눠서 활용하고,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를 기본으로 한다.

최근 사회적 갈등은 분배정의와 관련된 것이 대다수다. 이념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념의 밑바탕에는 분배 갈등 문제가 깔려 있다. 2~3년간 정치권에 불어닥친 경제민주화 바람의 일단도 그 맥락 위에 있다. 5~6월 기업 노동조합의 임단협 투쟁과 각종 노사갈등에서의 핵심 쟁점 또한 분배 정의의 문제다.

'어떤 분배가 정의로운가'는 각자 자신의 위치와 그 당시 사회분위기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에 충실해왔다. 이유는 개인의 가장 합리적 선택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철학적 바탕이 개개인에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공공의 선을 추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많은 갈등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만의 정의'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팩트'만으로 논쟁에 나서다보니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하고 해결 없이 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배의 정의(正義)를 바르게 정의(定義)하고, 이를 바르게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례로 자본주의 등의 정치체제가 완성되기 전 왕조시대에도 백성들에 대한 분배와 관련한 논란은 지속됐다.

최근 고려 말과 조선 초 개국의 이야기를 왕권 중심의 '태조 이성계'가 아닌 관료 중심의 개국공신 '정도전'을 중심으로 그린 공중파 드라마 '정도전'에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도 '분배 정의'의 문제였다.

고려 말 충신 포은 정몽주는 스승인 목은 이색과 함께 기존 권문세가들의 사전(私田)을 혁파하고 백성들의 과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과전법(科田法) 도입을 주장한다. 이 제도는 전국의 토지를 국가가 조세를 걷는 땅으로 편성, 그 권한을 각 관부와 관료에게 나눠주는 제도였다. 이는 기존 관료들의 사전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토지의 권한은 국가가 갖는 형태로 온건적 개혁제도였다.

반면 개혁을 주장한 삼봉 정도전은 백성의 수와 토지를 계산해 백성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계민수전(計民授田)인 '정전법'(井田法)을 주장해 한때 한 배를 탄 신진사대부들과 갈등을 빚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생산 기반의 사유화를 인정하는 자본주의의 현 체제와 유사한 형태다. 하지만 정전법은 그 파격성으로 인해 조선시대 초기에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과전법 시행이 진행됐으나 토지의 사유화 폐습으로 국가재정에 어려움을 가져오기도 했다.

정도전은 당시 9등분된 토지 중 자신의 이익과 공동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형태의 제도를 꿈꿨다. 이것이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사유재산제도에서는 '개인의 이익 극대화'는 분배의 정의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익 극대화를 위한 개개인의 성장이 있어야 그 성장의 결실을 기반으로 한 분배의 법칙들도 수립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부의 쏠림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반성적 균형 작용이 일어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이 가속화되는데 이어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CSV)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기업이 배고픈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고기를 나눠주던' 시혜적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 스스로 '고기를 낚는 방법'을 터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립적 지원형태도 바뀌고 있다.

자유주의 체제가 '승자독식'이 심화되는 형태로 진행되면서 사회적 약자와 함께 성장하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에서의 경쟁을 토대로 하되 사회적 약자에게 최초 출발선에서의 차이를 줄여주자는 형태다. 이를 통해 사회가 한 발짝 더 성숙해나가는 데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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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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