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명량'에서 배우는 조선산업의 살 길

[현장+]'명량'에서 배우는 조선산업의 살 길

황시영 기자
2014.08.20 17:12

중국에 수주량 1위 뺏긴 지금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해법

'살고자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하면 살 것이다'는 절체절명의 리더십과 '바다의 회오리가 아니라 백성이 천운이었다'는 충정. 영화 '명량'을 본 사람이면 리더로서 성웅 이순신의 면모에 눈물 흘렸을 것이다. 그의 치밀한 사전 연구와 전술에도 감동한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아무리 뛰어난 명장이었다 한들 리더십이나 전술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뛰어난 조선 기술이 담긴 '판옥선'이 없었더라면 명량해전 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판옥선은 선체가 U자형(평저선)으로 안정감이 있고 방향전환이 뛰어났다. 이중 돛으로 역풍에도 전진이 가능하고, 많은 함포로 무장해 해전에 유리하다.

무엇보다 왜군은 생각지도 못한 2층 구조로, 최적의 공격 환경을 구현했다. 기존 평선(平船)의 네 귀에 기둥을 세운 뒤, 사면을 가려 마룻대를 얹고 지붕(판옥)을 덮었다. 노를 젓는 병사들은 1층에, 공격을 담당하는 병사들은 2층에 배치했다.

따라서 서로 방해받지 않고 전투에 임할 수 있었다. 임원빈 이순신연구소장은 "전투와 비전투 공간이 구분된 해전용 함선은 당시 일본과 명나라를 통틀어 판옥선이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판옥선은 높은 2층 구조여서 적이 기어오르기도 힘들게 만들었다. 왜구의 장점인 칼을 빼들고 펼치는 백병전을 어렵게 한 것이다. 당시 일본의 주력 전투함인 세키부네보다 크기도 훨씬 커서 승선인원이 130~200명에 달했다. 또 판옥선의 높은 구조는 위에서 아래를 향해 활을 쏘기에 유리하고, 함포의 포좌가 높게 만들어져 명중률이 높았다고 전해진다.

판옥선은 현재 한국의 조선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수년째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산업의 해결책은 판옥선처럼 남들이 쉽사리 만들지 못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찾아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0년을 전후해 중국 조선은 수주량에서 한국을 눌렀다. 지난 6월에는 수주량에서 일본에도 밀려 한국이 3위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울산조선소를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마저 지난 2분기 1조1037억원 영업손실이라는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영국 해운·조선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수정환산톤수(CGT)를 기준으로 올 상반기 중국은 909만CGT(481척)의 수주했다. 중국의 시장점유율도 전년 동기의 39.9%에서 44.4%로 올랐다.

한국 조선소는 상반기에 555만CGT(164척)를 수주, 작년 787만CGT(230척) 대비 29.5%나 줄어들었다. 한국 조선은 수주시장 점유율도 31.8%에서 27.1%로 감소했다. 일본은 상반기에 345만CGT(177척)를 수주, 작년 상반기 대비 점유율이 19.0%에서 16.8%로 줄었다.

게다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조선업 육성 정책도 펼치고 있다. '중국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국수국조(國需國造)' 정책을 편다. 2015년까지 노후 선박 교체를 지원하고, 공급 물량을 줄이기 위해 대형 조선소가 소형 조선소를 인수하게 한다. 또 수출용 선박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 조선을 양으로는 따라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질적으로 우세를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조선소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하는 규모별 상위 160개 주요 조선소 리스트에 14개가 올라와 있다면, 중국 조선소의 숫자는 73개다. 정확한 숫자는 공식화돼 있지 않지만 중국 전역에 1000~2000개의 조선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조선이 고부가가치선박, 다른 나라는 만들지 못하는 선박 부문을 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다행히 아직까지 한국 조선소들의 기술력이나 영업력은 중국 조선소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 LNG(액화천연가스)선, 1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초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드릴십, 반잠수식시추선 등이 그것이다.

범용선박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가능하다. 내년 발주되는 선박부터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기존 선박 대비 10% 수준으로 낮추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이산화탄소 규제가 실시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낮추는 친환경선박(에코선박)을 범용선에서 구현하는 기술력도 한국이 강화해야한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조선산업 침체 국면에서 한국이 1위 자리를 회복할 길은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노력하는 것 뿐"이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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