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조양호 회장과 맏딸 조현아 전 부사장, 12일 국민에게 사과

"참담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5일 맏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하기 지시로 시작된 ‘땅콩리턴’ 사태에 대한 심경을 이같이 표현했다. 실제 현장은 참담했다. 이른 사과로 정리될 수 있었던 이번 사건은 결국 아버지와 딸이 함께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
조 회장은 12일 오전에 예정돼 있던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관련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오후 1시30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로비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먼저 고개 숙여 사과한 조 회장은 담담하게 사과문을 읽어갔다.
조 회장은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 번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항공사를 소유한 오너가 아닌 한 명의 아버지로서 용서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채 10줄이 안되는 짧은 사과문이었지만 읽어가는 조 회장의 목소리는 점점 떨렸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사과가 늦어졌는지’,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연신 “죄송하다”며 “교육을 잘못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조 회장이 맡고 있는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한번 고사하는 과정을 거치며 힘들게 결정해 맡은 자리다. 조 회장은 “평창올림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에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조 회장이 아버지로서 국민에게 사죄한 후 1시간30분 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본사와 3분 거리에 있는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사건이 있은 후 7일 만이다. 현장에는 수십 개의 국내 언론사와 해외 언론사까지 나와 있었다.
검은색 세단에서 내린 조 전 부사장은 수척해 보였고,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 조 전 부사장은 힘없는 목소리로 “죄송하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해당 승무원과 사무장에게는 “직접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죄송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이 상황까지 오리라는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부사장이자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전' 부사장이 됐고, 모든 직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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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진정성 있는 사과만 했어도,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사건을 되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났다. 남은 건 국토부와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다.
큰 키로 유명한 조 회장 일가지만 이날 아버지와 딸로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작아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