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제일모직이 상장되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제기됐던 지주회사 전환의 법적 걸림돌을 삼성이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지가 가미되면서 오히려 시나리오는 더 그럴 듯해졌다.
지난 10일과 11일에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 30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고 상장 이틀 만에 주가는 공모가 대비 144% 수직 상승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가 마저도 모두 뛰어 넘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제일모직 주가가 이처럼 급등한 원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미래가치’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부정적이다. 현실적인 제약으로 지주사 전환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익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 왜 일까.
곱씹어 보면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선 막대한 상속세를 곧이곧대로 내지 않을 것이란 오해에서 출발한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모두 물려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상속세 부담은 6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아무리 이 부회장이라도 이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지분을 매각해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지배구조가 약화될 수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지주회사 전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삼성SDI 등을 인적분할하고 다시 지분 증여와 주식교환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대주주의 지분율이 30%인 A사를 B사와 C사로 인적분할하면 대주주는 B사와 C사의 지분율을 각각 30%씩 보유하게 된다. 이후 B사가 공개 매수를 통해 C사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액주주 모두가 공개매수에 응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대주주가 공개매수에 참여하게 되면 지분율이 올라가게 된다. 특히 C사를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하게 되면 대주주는 단숨에 주요 회사들의 지분율을 대거 높일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지주회사를 갖춘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이 같은 방식을 통해 대주주의 지분율을 대거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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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경우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간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어 비금융회사의 금융회사 지배를 제한하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나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배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등을 따져본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인 경우가 많다.
특히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묘수를 찾았다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현재 심화된 '반기업 정서'상 논란이 일 공산이 크다.
사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20.8%와 삼성전자 지분 3.4%를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 받고 이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내면 끝나는 문제다.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나 제일모직이 상장하게 된 배경에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필요도 작용했다.
하지만 아무도 가장 단순하면서도 논란의 소지가 없는 이 방법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만큼 삼성, 나아가 대기업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다는 방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동시에 지주회사로 전환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적어도 4년 삼성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을 따른다면 삼성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는다는데 한 표를 던진다. 누군가는 '순진하다'고 손가락질을 할 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