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입차 月15만원에" 광고 보고 전화했더니…

[현장+]"수입차 月15만원에" 광고 보고 전화했더니…

양영권 기자
2015.01.11 14:05

수입차 판매 20만대 시대의 명암…과도한 프로모션으로 카푸어 양산, 수입사·딜러사 수익성도 악화돼

"월 15만원에 OOO을 타세요."

지난 주 서울 강남 지역에 배달된 일간지 삽지의 광고 내용이다. 4000만원대 베스트셀러 수입차를 월 15만원만 내면 구입할 수 있다니. 솔깃해 해당 딜러사에 전화를 걸었다.

딜러사 영업사원이 밝힌 '월 15만원'의 비결은 '유예리스'라는 금융방식이었다. 일단 차 값의 5%만 선수금으로 내고 나머지 95%는 3년 뒤에 낸다. 3년 동안은 차값의 95%에 대한 이자만 납부하면 되는데, 그 이자가 15만원이라는 것이다. 이자율은 8∼9%로 일반 은행 신용대출 이자율의 2배에 가깝다.

3년 뒤에는 자동차의 잔존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중고차로 팔아도 차 값의 95%에는 미치지 못한다. 자금 여력이 없다면 유례 리스를 연장해 차 값을 낼 수 있을 때까지 이자를 내면서 차를 타야 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19만6359대로 20만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13.9%다. 스페인에서 전량 수입하는 르노삼성의 QM3까지 수입차로 본다면 점유율은 15%를 넘어선다.

수입차를 보유하기가 쉬워졌지만, 그만큼 그늘도 커졌다. 대표적인 게 '카푸어' 양산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수입차 개인 고객 중 2030 세대의 비중은 46%로 절반에 육박한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실한 이들이 초기 부담이 적은 금융프로그램으로 수입차를 마련할 경우 잔금 상환시 자금 압박에 처하게 되고 '카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수입차 판매가 늘었다고 자동차 수입사나 딜러사의 수익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판매 경쟁이 심해지면서 높은 가격에 차를 출시하지 못하게 됐고, 여기에서도 더 가격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거의 상시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값은 생산지의 본선인도 가격에 선박 운송 비용, 관세에 수입사·딜러사의 마진을 합하고 최종적으로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더해 결정된다. 본선인도 가격과 운송비, 세금 등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차값을 내리려면 수입사·딜러사 마진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입사와 딜러사 사이에 마진을 놓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지난해 말 수입사 한국닛산이 신차 캐시카이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위해 딜러사 마진을 1%포인트 줄여 통보하자 딜러사들이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차량 구매시 차값의 5∼10%를 할인해주는 것은 물론 엔진오일·필터 평생 교환 쿠폰 등의 사은품을 제공한다. 차를 살 때 딜러간 판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딜러를 접촉해 보며 할인 경쟁을 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이 경우 딜러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국내 최대 수입차 브랜드 BMW의 딜러 가운데 점유율 30%인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자동차 판매 매출이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636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9억원으로 오히려 11.8% 감소했다. 독일 자동차의 인기가 높지만 브랜드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판매비·관리비 지출이 늘어난 결과다.

수입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직 지난해 실적이 공시되기 전이기 때문에 2013년 실적으로 보자면 국내 수입차 3위권 내에 있는 BMW코리아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경우 영업이익이 2.5% 증가하기는 했지만,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 5.0%의 절반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수입사·딜러사의 수익성 악화는 바로 소비자의 사후서비스(AS) 불만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차값 깎아주고 AS로 벌어들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과다하게 수리비를 청구하는 수법으로 9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부산 지역 수입차 딜러사 직영 수리업체 3곳을 적발해 11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부품값·공임 부풀리기'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정도까지 이른 사례다.

국내 10위권 수입자동차 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과다한 프로모션과 금융 조건으로 당장 판매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나중에는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며 "혼탁해진 시장을 정화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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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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