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전불감증 다시 드러낸 SK하이닉스

[기자수첩]안전불감증 다시 드러낸 SK하이닉스

김정주 기자
2015.05.06 06:30

"비난은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이천SK하이닉스(1,222,000원 ▼3,000 -0.24%)본사에서 만난 김준호 사장은 가스누출 사고책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머리를 숙였다. 이천 공장(M14)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가스누출 사고에 대한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김 사장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당시 유기물질 저감 배기장치인 스크러버를 점검하던 협력업체 직원 서모씨(32)와 이모씨(43), 강모씨(54) 등 3명은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로 인한 질식사다. 함께 작업하던 동료 직원 4명도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SK하이닉스 측은 최근 70~80명 규모의 기술안전실을 신설해 현재 운영 중인 공장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고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는 해명이 무색할 정도로 허술했다.

산소농도 측정기도 보유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산소농도를 체크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현장을 총괄하는 관리감독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스누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4일에도 반도체 크린룸(M10A라인)에서 가스가 누출돼 전원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3월에는 절연제인 지르코늄옥사이드 가스가 누출돼 13명이 경상을 입었고 지난해 7월에는 D램 반도체라인에서 이산화규소 가스 누출로 2명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SK하이닉스는 사고 때마다 노후 시설을 교체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갖은 대책을 세웠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안전설비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인 의식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특히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올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협력업체가 별다른 안전관리 없이 작업을 서두르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2위이자,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4위 기업이다. SK하이닉스가 진정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안전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

공사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떨쳐내지 못하면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최근 세계 4위에 오른 명성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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