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중소기업 오너인 김 모 회장은 지난 해 자신이 타고 다니는 업무용 차량을 국산차에서 1억5000만원에 육박하는 벤츠 S클래스 최고급 모델로 바꿨다. 매출 300억 원대인 회사 규모로 볼 때 비싼 수입차를 타는 게 찜찜했지만 부하직원들이 적극 권유했다고 한다.
좋은 차를 타면서 구입이나 리스에 소요되는 비용과 차량 유지비 등을 모두 세법상 경비로 인정받아 세금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주변 중소기업 오너들도 모두 수입차를 타는데 격에 맞게 차를 바꾸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특히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어 수입차를 타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처럼 업무용으로 값비싼 법인차를 이용하는 사례는 도처에 널려 있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산업계를 취재하면서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오너와 최고 경영진들은 비싼 수입차나 최고급 국산차를 업무용으로 이용한다. 사업 규모가 영세한 개인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1만4979대의 '1억 원 이상 수입차' 중 83.2%가 업무용 구매 차량이었다. 2억 원 이상 수입차의 경우 업무용 판매 비중이 87.4%로 더 높다.
개인사업자나 법인사업자가 고가차를 타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회사 업무상 필요에 의해 어떤 차를 구입하거나 빌리든 제3자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문제는 '무제한 세제혜택'을 주는 '무늬만 회사차'가 현행 세법이나 제도적 허점 탓에 세금이 줄줄 새는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실련은 업무용 차량의 세금탈루 규모가 매년 2조50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논란이 커지자 세제당국이 업무용 차량 손비처리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나선 점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경비인정 한도를 일정 금액으로 제한하는 법안도 속속 발의되고 있다. 조세형평성 제고와 세수 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과 함께 '탈세'를 '절세'로 여기거나 합리화하려는 그릇된 인식도 이참에 바뀌었으면 한다.